마이크 앞에 서면 과연 프로들은 떨지 않을까?
나는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떨지!!!
나는 좀 떠는 거 같다.
학생들이 “마이크 앞에 서면 떨린다”라고 하면 나는 냉정하게 말한다.
“네가 마이크 앞에서 쪼그라드는 것은 내용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야.
그러니 연습을 더 해서 너의 연습을 믿고 목소리를 뱉어 봐.”라고.
거친 충고 같지만, 사실은 오래전부터 나 자신에게 해오던 말이다.
나에게 오디션은 지금도 떨림 그 자체다.
감독과 엔지니어는 오늘 단 하루, 단 몇 분만에 내 실력을 평가한다.
연습을 충분히 안 한 게 아니다.
문제는 “한 번에 결정된다.”는 압박이다.
그 압박감과 긴장이 몸으로 나타나 목소리가 뒤집어지기도 하니 나 같은 쫄보는 살 수가 있나.
아닌 척 해도 내 몸은 너무 솔직하다.
이런 초라한 기분은 KBS 아카데미를 다니던 왕초보 시절부터 있었다.
그때는 휴대폰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을 자신의 스타일로 꾸미던 게 유행이던 시절이었다.
꽤 많은 성우지망생 언니 오빠들이 그 프로젝트에 참여를 했었다.
같은 반이었던 한 언니는 그 일을 시작으로 다른 일까지 맡게 되었지만 나에게 그런 기회는 오지 않았다.
같은 출발선이었는데, 나는 왜 안 되는 걸까?
처음으로 실력의 차이로 초라한 마음을 느꼈다.
‘저런 사람들이 성우를 하게 되는 건가?’
왕초보의 가슴에 돌덩이가 하나 얹힌 순간이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지인의 소개로 ‘E-러닝’ 샘플 녹음을 하러 가게 되었다.
작은 부스에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마이크 앞에 앉으니 내가 진짜 성우라도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눈앞에 ON-AIR가 켜지고 주어진 문장을 읽기 시작하는 순간, 그 환상도 깨졌다.
감독의 얼굴이 실시간으로 굳어지는 게 보였기 때문이다.
괜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는 듯했다.
문장이나 똑바로 읽지 그런 건 왜 눈에 잘 들어오냔 말인가.
‘아! 나 정말 못 하는구나!’
남들은 다 한다는 그 일을 나는 왜 못하는 걸까?
이젠 초보자도 아닌데 나는 왜 이모양일까?
마음은 또 무거워졌다.
이 길을 가는 게 정녕 맞는 건지 의심스러웠고,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라면 너무 속상해서 살 수 없을 거 같았다.
물론 그 이후로 절치부심 했지만 실력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내가 성우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성우가 된 건 내 기도가 하늘에 먹혀서 이지 않을까 자조해 본다.
그만큼 새로운 환경에서 평가받는다는 게 나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늘 가던 녹음실에서는 편하게 잘할 수 있지만, 새로운 곳에서 잘하고 돌아온 적은 손에 꼽는다.
그래서 늘 “한 번 더 만회할 기회가 찾아오길” 바라며 돌아올 때가 많다.
여기서 뜬금없이 책에서 본 팁을 하나 풀자면,
면접이나 오디션을 볼 때 실제와 비슷한 환경에서 연습을 해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한다.
비슷한 공간, 의상, 심지어 머리 모양까지 오디션과 비슷하게 세팅하고 연습하면 뇌가 그 상황을 ‘낯설지 않게’ 인식한다고 한다.
그럼 위협당하는 듯한 인식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느 정도 한계는 있겠지만.
우리는 모두 긴장한다.
초보도 프로도 다 떤다.
중요한 건 그 떨림을 어떻게 다루느냐 아닐까.
어딘가에서 같은 떨림을 겪고 있는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우리 모두 같다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무조건 잘해야 한다!”라는 생각은 접어두고,
“에라이, 이 기회에 놀아보자!”라는 마음을 가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