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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17. 2021

딴따라로 살고 있습니다만

제가 만족하는 인생입니다.

딴따라     


내 어릴 적 별명이었다. 아주 어린 시절은 아니고 중학교부터 고등학교 다닐 때까지.

그러니까 말하자면 대학 입학 전까지 꼬리표처럼 붙어서 따라다니던 내 별명.

물론 친구들 사이에서는 아니고 집안 어른들 사이에서 ‘딴따라’로 불려졌다.

어릴 적에 ‘딴따라’라는 소리를 듣는 게 너무 싫었다.

그야 여러 가족들이 좋은 의미로 말해주지 않아서였다.     


“나 음악 하고 싶어!”     


중학교 1학년 때였다.

그때부터 엄마와 아빠의 갈등도 깊어지고 나는 음악을 공부하고 싶은데 왜 안된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명절이나 가족모임 때 어른들을 만나면 모두가 일심으로 나에게, 


"딴따라 성은이"


라고 불렀다.

큰아빠, 삼촌, 이모, 고모, 할머니까지 모두     


 “딴따라는 못 먹고산다.”     


하며 이야기를 했다. 그냥 공부나 하라고.

결국엔 내 고집이 이겨서 음악공부를 하게 되었고 나는 지금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나는 살면서 '음악 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스스로 자주 한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

그건 인생의 살아가는데 큰 의미가 되어주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해주는 핵심인 듯하다.

 

물론 현재의 내가 어린 시절 꿈꾸었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되고 싶었던 가수가 되지 못했고, 대중가요 작곡가도 아니다.

하지만 음악은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공부였고 정말 하고 싶었던 그 시기에 그 공부를 해나갈 수 있었기에

만족스럽고 후회가 없다.


현재 나는 어릴 적 꿈과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면서 행복함을 느낀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딸아이에게 들려줄 동요를 작곡하기 시작했는데,

한 곡 두곡이 모여 어느덧 130곡이 넘었다.

그러다 네이버 인물검색에도 김성은을 검색하면 "작곡가"로 등록이 되었다. 

하나의 직업이 되어버린 샘이다.

현재의 나는 곡을 만들고 팔아서 돈을 버는 상업 작곡가는 아니다.

내가 그저 좋아서 내가 쓰고 싶은 주제로 취미처럼 그러나 애정은 아주 깊게 곡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딸아이가 좋아해 주고 같이 불러주면 행복해."


아주 작다면 작은 꿈일 수 있지만 큰 기대나 목표 없이 그저 좋아서 하고 있는 행위다.

기대가 없어서 일까.


많은 유치원에서 누리 동요로 내가 쓴 동요를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고,

아이들 입에서 내 노래를 부르거나,

간혹 엄마들이 용케 나를 찾아서 내 개인 sns에 메시지를 보내온다. 


"혹시 신호등을 건너요 작곡가님 맞으신가요? 우리 딸이 매일 그 노래를 불러요!"


하는 이야기를 전해 올 때면, 뿌듯함이 밀려온다.


"작곡을 전공하셨어요?"


하는 질문을 꽤 많이 받는다.


"전공은 작곡이 아닌데, 음악 전공은 맞아요!"


"그런데 어떻게 작곡을 하세요?"


"그냥, 쓰고 싶은데로 곡을 써요."


그렇다. 어떻게 곡을 쓰는지 물어오면 어떤 대답을 해줘야 할지 사실 잘 모르겠었다.

그런데 어느 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어린 시절 작곡가를 꿈꾸며 혼자서 끄적이며 노래를 만들었던 내가 있었다.

'그 어린 시절 작곡을 갈망했던 내 세포들이, 딴따라로 지냈던 그 열정 많은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문득 하게 되었다.


누구는 어린 시절 꿈꿔온 그대로 살아갈 수도,

또 어떤 누구는 어린 시절 꿈과 정반대로 살아갈 수도,

아님 나처럼 어린 시절 꿈과 비슷하게는 살아가고 있을 수도 있다.


그 어느 것이던 어떠한 인생이건,

각자의 인생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내가 내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나 좀 괜찮은 사람' 이 되고 '잘 살아가고 있어' 

하며 만족하는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동요만 100곡 이상 만들던 나도,

최근 들어 원래 꿈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다.


"언젠가 발라드 곡을 써서 내가 불러야지"


난 참으로 내 만족을 중시하는 인간인 듯하다.

암만 연습하고 다듬어도 발라드 녹음할 수준은 아닐 텐데.

에헴.


신인 작곡가의 곡도 괜찮다면 가수가 꿈이었던 노래 좀 하는 분들께선 언제든 연락 주세요!! 

제발 제가 쓴 발라드 곡을 멋지게 불러서 빛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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