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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18. 2021

선생님, 우리 아이도 피아노 배울 수 있을까요?

내가 어릴 때만 해도 피아노를 배우는 나이는 빨라야 7살이었고, 

대부분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부터 학원을 다니거나, 집으로 레슨 하러 선생님이 오시거나 했다.

그러나 요즈음은 피아노 교육의 시작이 무척이나 빨라졌음을 현장에서 아이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 피부로 느끼고 있다.

특히나 3~4년 전부터 피아노 교육의 시작 연령이 대폭 낮아짐을 실감한다. 

자의든 타의든 5세, 6세 아이들은 엄마의 손을 잡고 상담을 온다.

아이들 눈빛을 보면 내게 오게 된 경위를 파악할 수 있다.

본인이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엄마에게 말해서 이곳을 찾아왔는지,

아니면 엄마가 피아노랑 악기랑 재미있게 노는 곳이 있는데 구경 가자고 해서 왔는지,

그중에서도 제일 표정이 굳은 아이는 어디 가는지도 모르고, 빨리 집에 가거나 놀이터에 가서 놀고 싶은데

엄마손에 이끌려 온 친구들이다.

이렇듯 여러 아이들이 상담을 오고 인연이 닿은 친구들은 나에게 첫 피아노 교육을 받게 된다.

엄마들이 상담을 와서 나에게 가장 먼저, 많이 물어보는 질문은 바로 이거다.


"우리 아이도 피아노 배울 수 있을까요?"


그 질문에는 각기 다르지만 여러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그중에서도 제일 큰 2가지의 공통적인 생각을 염두에 두고 물어보시는 것 같다.


1. 아이가 어리다.(이제 5살)

2. 아직 한글을 모른다.(당연합니다.)


첫 번째로 아이가 어리다.


이 부분은 엄마세대의 경험치가 들어가서 인듯하다. 

대부분 엄마들의 나이는 나와 비슷하거나 조금 많거나 혹은 적거나.

그러니 엄마들 나이는 70년대생과 80년대생으로 당시 자신의 어린 시절과 비교해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엄마 어릴 때는 유아시기에 많은 교육을 하지 않았다.

30~40년 전에는 4살 5살 아이들이 하는 영어교육이라곤 없었다.

또 미술교육도 퍼포먼스로 진행하지 않았고, 지금처럼 다양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많은 것이 변해도 우리가 경험한 경험치로 먼저 생각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이치인 거 같다.


엄마의 어린 시절과 비교했을 때 '우리 아이가 너무 어린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들 수 있다.


두 번째로 아이가 아직 한글을 모른다.

5살이면 한창 말을 배울 때이다.

우리는 듣고-말하고-읽고-쓰고

이 순서로 언어를 배운다.

순서가 뒤바뀌지 않으면서 어릴 때 충분히 들어야 자연스럽게 말하게 되고 

글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더듬더듬 읽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난 후 최후에 쓰기를 한다.


이렇듯 아직 5살이면 많이 들을 때다.

피아노 교육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듣고 : 동요를 비롯한 아이가 좋아하고 관심 있는 노래, 음악을 들려주기. 피아노 연주 들려주기.

말하고 : 노래 부르기, 음악을 들으며 몸으로 표현하기, 다양한 리듬악기로 연주해보기.

읽고 : 악보 읽는 것을 천천히 알아간다.

쓰고 : 악보를 기보 하는 법을 배워 나간다.


이 순서가 필요하고 그래야 자연스러운데,

대부분은 듣고, 말하고를 지나쳐 버린다.

그러니 아이가 어리면 '배울 수 없다'가 되어버리기 십상이다.

어린아이 손을 잡고 피아노 학원에 상담을 갔더니 '한글을 좀 알아야지 수업 시작이 가능합니다.' 하는 선생님의 말을 전해 들은 경우도 많았다.


그렇다면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에게 뭐가 제일 중요할까?


1. 앉는 자세

2. 손 모양

3. 악보를 읽을 수 있는지 여부

4. 나이

5. 피아노에 대한 관심과 흥미


1번에서 4번은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는 아이에게 전혀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다.

차근차근 알아가고 익혀갈 부분이다.

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을 보이고 흥미 있어한다면, 피아노를 어린 시절에 배우지 못할 이유가 없다.

어리다고, 한글을 모른다고 지나치기에는,

몸으로 음악성을 키우고 흡수해버리는 어린 시절이 참으로 아깝게 느껴진다.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그 시기가 나는 아쉽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선생님들이 5세 6세 아이들에게도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 나이 때에만 선물처럼 줄 수 있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가장 기발한 생각을 하고 바로 행복으로 보여주고, 다양한 음악을 듣고 몸으로 자연스레 표현해 내는 나이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피아노를 처음 시작하는 나이가 5세여도 상관이 없고 한글 수를 몰라도 배우는데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아이 스스로가 배우고 싶어 하는지, 또 우리 아이를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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