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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23. 2021

피아노 더 치고 싶어요!

아이들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스스로가 좋아서 주도적으로 하는 모든 것에는 진짜 자신의 실력이 되는 단단함이 있다.

선생님이 시켜서 '억지로 한 번 더' 치는 것이 아이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선생님이 사정사정해서 몇 번 더치는 거 말고, 아이가 스스로 원해서 더 연습할 수 있기를 바랐다.

나는 어떤 수업이든 어떤 과목의 공부가 되었든 아이가 좋아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 역시 교사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에 나는 역사수업을 무지하게 싫어했다.

한국사, 세계사, 역사.

암기 위주의 수업들이 어찌나 지루하고 재미가 없던지

시험기간에 억지로 머릿속에 집어넣어야 하는 것은 곤욕이었다.

나는 재미있으면 시키지 않아도 잘할 수 없는데,

재미없고 하기 싫은 건 시켜도 절대 하지 않는 아이였다.

그런데 몇 년 전에 TV에서 만난 "설민석" 선생님을 보고 너무 신기하고 신선했다.

한국의 역사를 저토록 재미있게 설명해주다니.

남편과 나는 TV를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 어릴 때 국사 선생님이 설민석이었다면 진짜 열심히 공부했을 거 같아."

"그러게, 진짜 재미있고 이해 잘되게 설명하네.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

"그러고 보면 교사의 역량이 참 중요한 거 같아 그렇지?" 


교사의 역량에 따라서 아이들이 배움을 즐겁게 느끼고 흥미를 가지고 더 깊이 공부하기도 하고

또 반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나 스스로가 아이들에게 배움을 즐겁게 해 나갈 수 있도록 많은 훈련과 채찍질을 해온 사람이다.

내가 어린 시절 피아노 학원에 다니면서 느낀 지루함을 아이들에게 되돌려주기 싫었다.

처음 배울 때 잠시 재미있었는데, 그건 순전한 호기심이지 않았을까.

그 이후에는 반복적인 패턴의 훈련으로 지쳐만 가고 그 좋아하던 피아노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엄마가 환경도 바꿔주시고 내 마음을 잘 헤아려 주었기에, 나는 음악을 하며 먹고 살아가고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첫 직장은 피아노 학원이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들에게 들어야 하는 그 말, 


"피아노 그만치고 싶어요!"

"피아노 그만하고 이론 하면 안 돼요?"


그 이야기를 아이들 입에서 듣고 싶지 않았고, 반복적인 패턴의 주입식 교육으로 아이들이 피아노라는 악기에 흥미를 잃고 배움을 멈추게 하기 싫었다.

나는 의아했고, 늘 의문이었다.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는 없나? 꼭 바이엘 체르니로만 가르쳐야 하나?'

'아이들이 좋아서 피아노를 쳤으면 좋겠다.'


내 고민을 해결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생님으로서의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다.

학원에서의 일은 내가 생각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는 버거웠다.

매시간에 몰려드는 아이들을 티칭 하기도 바빴기에, 해답을 찾거나 실마리조차 찾지 못했다.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개인 레슨을 하면서 실험을 시작해보았다.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서 피아노 수업을 진행해 보았다.

그러나 표면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당시 상황만 넘길 뿐이었다.

진정으로 아이에게 피아노의 즐거움을 선물해주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이들의 마음에서 출발해야 했다.


"재미있어요"

"쉬워요"


아이들은 쉽고 재미있을 때 자신감이 벅차오르고 또 하고 싶어 하고 더 하고 싶어 했다.

자신감이 붙으니 스스로 주도적으로 해나갈 수 있었다.


"그래! 쉽고 재미있는 교재를 만들자"


어차피 모든 아이가 전공을 바라보고 피아노를 배우지도 않고, 아이들 각자 성향이 다르고 좋아하는 것이 달랐기에 클래식 피아노만을 고집할 필요도 없었다.

그렇게 나는 피아노 교재를 만들게 되었다.

시간이 더해지고 내 노력이 들어가고 열정을 쏟아부은 지 몇 년이 지나자 제법 그럴싸한 교재가 탄생된 것이다.

아이들에게 바로 수업에 적용해 보았다.


"재밌어요."

"쉬워요"

"한 번만 더 쳐보면 안 돼요?"


가슴속 답답했던 응어리가 시원하게 날아가버렸다.

그렇게 소리콩피아노가 탄생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교재.

선생님들이 몇십 년 사용해온 기존 교재들과 완전히 다르다.

교사가 쓰기 편한 교재 말고, 아이가 좋아서 배우고 싶어 하는 교재.

무엇을 배울지 자꾸만 궁금해지고, 피아노가 좋고, 재미있고, 또 치고 싶게 만드는 교재.


이제는 아이들 입에서 꽤나 자주 듣는다.


"한번 더 치면 안돼요?"

"수업 벌써 끝났어요?"

"뒤에도 배우고 싶어요"

"100살 때까지 피아노 배우고 싶어요"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로서, 피아노 교재를 만든 개발자로서 이보다 더 뿌듯한 순간은 없다.

나는 아이들이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배워나갔으면 좋겠다.

그 힘으로 어려운 단계도 잘 견디며 실력이 나아지길 바란다.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보며, 100세 시대에 음악과 평생 친구가 될 수 있길 소망해본다.

모든 아이들은 음악성을 가지고 태어난다.

아이들은 음악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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