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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03. 2021

피아노, 재미있게 배울 수 없을까?

나는 늘 고민이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며, 늘 똑같은 패턴으로 피아노를 가르치는 것에 재미도 없고

아이들도 지루해하는 것이 느껴졌다.

보통의 경우 피아노 학원을 다니게 되면 피아노 연습 방에 들어가서 10번씩 치고 선생님께 검사를 받고

밖으로 나와 이론실로 간다.

거기서 이론 공부를 하는데, 대부분의 교재는 이론 따라 쓰기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 패턴의 반복으로 인해, 과연 도대체 아이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고,

더 나아가 하기 싫어하고 재미없어하는 아이들 마음을 달래느라고 진이 빠지곤 했다.

피아노 학원은 운영시스템상 어쩔 수 없나 하여, 일을 그만두고 개인 레슨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고민은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40분 내내 아이와 함께 실랑이를 해야 해서, 매 수업 고민을 하고 어떤 재미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곤 했다.

그러다 여러 교재를 찾아보고 세미나를 다니게 되었다.

외국에서 들어온 교재들과 교수법들을 공부하며 느낀 건,


"결국 우리나라 아이들에게 적용했을 때 맞지 않다. 결정적으로 그 나라의 문화와 정서가 다르다."


는 결론이 나왔고,

 내 나이 25살, 26살에 결심을 하게 되었다.


"쉽고 재미있는 피아노 프로그램을 내가 만들어 봐야겠다."


그래서 맨땅에 헤딩이란 걸 하며 자처해서 했다.

24살 내 머릿속은 

"재밌는 피아노 수업", "쉬운 피아노 교재"

뿐이었다.


한글 수를 몰라도 피아노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온통 그 생각뿐, 내 온몸의 세포도 그것에만 집중한 시간으로

20대를 보내고 30대를 맞이했다.

매일 새벽까지 이어지는 연구 개발에도 힘들지 않고, 오히려 새벽 공기를 마시며 집으로 퇴근하는 것이 상쾌하게 느껴지곤 했다.

또 남들 다 쉬는 국가공휴일에 출근해서 일하는 것을 스스로 뿌듯하게 여기며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이제는 프로그램 개발이 끝났고 많은 아이들이 재미있게 피아노를 배울 수 있게 일조를 하고 있다.

그래서 돈을 많이 벌거나 내가 유명해지거나 내 인생이 변한 것이 있냐고?


없다. 단지 나는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을 했고, 내 꿈을 현실화시켰을 뿐이다.

그리고 바이엘 체르니가 아닌 내가 만든 교재들로 아이들에게 쉽고 재미있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아이들이 즐겁게 웃으며 피아노를 배워나갈 때,

엄마나 선생님이 시켜서가 아니라 스스로 피아노 치는 게 좋아서 행복하게 연주를 할 때,

나도 행복을 느끼고 지난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 든다.


프로그램 개발한다고 빌려 쓴 빚이 아직 남았지만,

나는 소리콩 피아노 프로그램을 만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결국 해야 하는 일이었고 내겐 숙명 같은 일이었다.

내가 만듦으로 어떤 누군가의 선생님이 유아들에게 더 쉽고 재미있게 피아노를 가르치고 있다.

  

나는 많은 아이들이 피아노를 재미있는 놀이로 자신들의 진짜 취미가 될 수 있게

오랜 시간 재미있게 깊이 있는 교육을 해나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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