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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09. 2021

적어도 체르니까지는 쳐야지!

어떤 일을 하든 어떤 배움을 하든 어느 누구에게나 고비가 찾아오는 순간이 있다.

그런데 그 고비가 너무 빨리 오면 곤란해지는데, 

아이들이 피아노를 배울 때 곤란한 상황이 체르니 책을 만나기 전에 2~3번 오고야 만다.

엄마손에 이끌려서 배우게 되든, 아이가 원해서 배움을 시작하든,

열에 아홉은 그 고비를 맞닥뜨리고, 포기 선언을 하며 더 이상 배움을 이어가지 않거나, 혹은 엄마의 성화에 억지로 조금은 더 다니게 된다.


어린 시절 피아노를 배워 본 경험이 있다면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기억하게 되는 그 책.

바로 바이엘, 체르니. 

실은 바이엘과 체르니는 책 제목이자 사람의 이름이다.

당시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의 부족한 스킬을 위해 연습곡을 만들었는데, 바이엘이 쓴 교본 집이 바이엘이고

체르니가 쓴 교본 집은 체르니다.

그러니 그 당시 자신들의 제자를 위한 스킬 교본 집인 것인데,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에서는 교과서처럼 쓰고 있는 것이다.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에게 어떠한 스킬적인 연습 부분이 필요해서 그 교재를 쓰는 것이 아니라, 

피아노를 시작하게 되면 그냥 바로 바이엘 1권, 2권, 3권, 4권 이후 체르니 100번 30번 40번으로 순서로 진도를 나가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학원도 있겠으나 현재까지는 아직 대부분이 그 패턴이다. 혹 글을 읽는 분이 '난 아닌데' 하며 기분 상하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그러나 한 번만 생각해보자.

우리 아이의 성향을, 더 나아가 우리 아이의 교육의 방향을 말이다.


주야장천 스킬과 독보를 연습하는 것이 우리 아이에게 맞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은 바이엘과 체르니의 제자가 아니다.


체르니까지 치면 아이가 커서 피아노를 자유롭게 연주 가능하다거나,

평생 취미로 피아노를 친다거나,

그렇게 될까?


아니다.


피아노에 대한 기억이 좋아야 배움을 멈추더라도 한 번씩 추억처럼 떠올리게 되고

나중에 언젠가는 피아노 뚜껑을 다시 열게 되는 것이다.


엄마들이 자주 하는 말이 있다.


"저도 어릴 때 체르니까지 배우다 그만뒀는데, 지금 하나도 기억 안 나요."


피아노가 3년 정도 배운다고 마스터할 수 있는 악기가 절대 아니다.


"원장님 얼마나 배워야 돼요?"


엄마들이 종종 나에게 질문을 한다.


"대학에 전공학과가 있다는 건 단시간 배운다고 절대 마스터할 수 없다는 뜻이에요. 또한 아이들마다 자신의 속도가 있어서 제가 기준 잡아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그렇다. 대학에 전공분야가 있다는 건 그만큼 오랜 시간 시간을 투자하고 숙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혹시 '우쿨렐레'라는 악기를 아는가?


예전에 CF에서 이효리가 '구아바 구아바' 연주하며 노래를 불렀는 악기다.

그 악기는 한국에 전공학부가 없다.

그래서 1년 정도 꾸준히 배우고 연습하면 잘하게 된다고 말해드린다.


아이가 적어도 체르니까지 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체르니까지 배워도 엄마의 생각대로 피아노를 마스터할 수가 없을뿐더러 

반대로 체르니를 배우지 않아도, 피아노를 좋아하고 연주를 즐길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체르니라는 기준'이 아니라, 우리 아이에게 맞는 피아노 교육법이다.


아이가 반주하며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지, 자신이 좋아하는 노래를 치고 싶은 건지, 스스로 노래를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세심하게 바라봐주자.

그러고 나서 내 아이에게 더 적합한 교육을 시켜준다면, 아이는 오랜 시간 피아노를 즐기며 실력을 향상할 수 있을 것이다.


무조건적인 '체르니까지는 쳐야지'로 우리 아이 피아노 교육의 기준을 삼기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좋아하고 피아노 연주를 즐기는 아이로 자라도록 도와주자. 

재미있게 배움을 이어나가다 보면 분명히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곡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거기서 더해 스스로 쳐보고 싶은 곡도 생긴다. 

스스로 자신의 의지로 피아노에 앉아서 악보와 피아노와 씨름하며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그 시간들이 모여 피아노 연주가 아이의 진짜 취미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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