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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Feb 08. 2021

"엄마, 피아노 가르쳐 줘"

"엄마 나도 피아노 가르쳐 줘"


5살이 된 딸아이가 나를 졸졸 따라다니며 말했다.

난 마음속으로 '어머, 스스로 말하다니. 대견한데?'

그러나 호들갑은 떨지 않기로 했다.


"솔아, 피아노 배우고 싶어?"

"응, 나도 가르쳐줘 엄마"




우리 집 서재방에는 디지털피아노가 한 대 있다.

아파트 생활이라 타협하고 양보해서 들인 피아노다.

딸이 태어나고 6개월쯤인가 사게 되었는데, 가장 큰 목적은 아이가 자연스럽게 가지고 놀기를 바라는 엄마의 마음에서였다.

딸을 위해 샀다고 하지만 사실 내가 더 자주 쓰고 있다.

집에서 작곡할 때가 많은데 그때마다 피아노에 앉아 있는 모습을 자연스레 아이가 보게 되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엄마의 피아노 치는 소리에 서재로 와서는 꼭 비키라고 하고 자기가 뚱땅뚱땅 치곤 했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듯 피아노를 띄엄띄엄 두드리더니,

이제는 '배우고 싶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나는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다 보니 다양한 엄마들을 만나고 상담을 해준다.

엄마들 중에,

 

"원장님, 우리 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는데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하고 상담을 해오는 엄마들이 많다.

아이가 먼저 '피아노 배우고 싶어'해서 상담을 오는 경우도 있지만,

엄마가 원해서 오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가 먼저,


"엄마 나도 피아노 치고 싶어"


하고 말해준다면 얼마나 고마울까?


엄마는 가르치고 싶은데 아이가 아무런 관심이 없으면, 엄마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의 때를 기다리는 게 좋다고 나는 말한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스스로 배워 보고 싶을 때 시작하면 가장 교육의 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노력 없이 시간만 보낸다고 어느 날 갑자기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피아노 배워보고 싶어' 하고 말한다?

아마 그럴 경우는 희박하다고 보는 게 맞다.

엄마가 아닌 다른 외부에서 자극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갑자기 그러지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아이가 피아노에 관심을 갖게 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있을까?

좋은 방법을 알아보기 전에, 하지 않아야 하는 것부터 집고 넘어가려 한다.

내가 생각할 때 가장 좋지 않은 방법은,

다른 아이와 우리 아이를 비교하듯이 말하는 것이다.


"민정이 알지? 민정이가 피아노 배운데. 얼마 전에 대회 나가서 상도 탔어"


이렇게 '누구누구가 배운다', '누가 잘한다더라' 식의 이야기를 아이에게 해주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오히려 '더 싫어하는 마음'을 싹 틔울 수 있다.

경쟁심에서 시작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관심을 가져 시작하는 것이 아이에게 가장 자연스럽다.

만약 경쟁심에 배움을 시작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내 몇 달 못 가서, 


"재미없어 그만 배울래"


하며 포기하기가 쉽다.

그러니, '누구누구가 하니 너도 배워볼래?'

이 말은 하고 싶어도 하지 않도록 하자.


그렇다면 어떤 방법으로 자연스레 아이의 관심과 흥미를 가지게 하면 좋을까?


자녀가 5세~8세라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베스트는 바로 이거다.


그림책이나 동화책중에 '피아노'가 등장하는 책을 함께 읽어보자.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간접적으로 노출시키며 아이가 관심을 가질 수 있다.

아이들은 책에서 만난 것들을 보면서,


'아 나도 해보고 싶다. 어떤 기분 일까?'


하며 간접적으로 느낀 것에 대해서 직접적인 체험을 상상해 보곤 한다.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아이들에게, 책으로 노출시켜주는 것은 최고의 자연스러운 방법이다.


두 번째, 혹시 집에 피아노가 있다면, 엄마가 간단한 동요라도 쳐주는 것이다.

'작은 별'도 괜찮고 '비행기'도 괜찮다.

아이가 아는 노래, 아이가 부를 수 있는 노래라면 더욱 좋겠다.

아이나 어른이나 내가 조금이라도 아는 것에 더 관심이 생기고 흥미가 생기며 참여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아이에게 엄마가 자연스레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의 마음에서 '나도 피아노 치고 싶다. 나도 피아노 배워볼까?'

하는 생각이 스르륵 물들어 오는 것이다.


잊지 말자.

가장 중요한 것은 '자연스러움'과 '아이 본인 스스로의 의지'다.

플러스 아이를 향한 엄마의 관심과 아이 중심의 노력을 더하는 엄마의 태도.

그것이 더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베스트다.


그림책, 동화책 추천


-피아노 소리가 보여요 -명수 정글 그림/글로연

-까칠까칠 피아노 애벌레 -리처드 그레이엄 글그림, 김수희 역/미래아이(미래 M&B)

-피아노 치는 곰 - 김영진 글그림/길벗어린이

-피아노를 쳐 줄게 -앤더 글. 신혜은 역/사계절

-노래하지 않는 피아노 -정명화 글, 김지혜 그림/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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