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성은 Feb 10. 2021

선생님, 한글을 모르는데 피아노를 배울 수 있을까요?

언제부터 한글을 알아야만 피아노를 배울 수 있었을까?


아마도 한국에 피아노 교육이 붐을 일으키고 동네마다 우후죽순 학원이 생겨났을 때가 아닐까 싶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피아노 교육이 시작될 때부터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원을 운영하다 보면 동시간대에 많은 아이들이 몰리게 되어있다.

그야 학교 마치는 시간이 똑같고 유치원 하원 시간들이 다들 비슷비슷하기 때문이다.

동시간에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한 공간에 있게 되면, 선생님이 한 아이에게만 시간을 할애할 수 없다.

그러니 아이들 스스로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아진다.

초등학생들은 스스로 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가는 과정이라 적응이 쉬울 수 있지만,

5세 6세 7세 유아 친구들은 다르다.

물 마시는 것도 화장실에 가는 것도 심지어 책을 넘기는 것조차도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한 나이인 것이다.

학원에서 책을 넘기고 스스로 이론 공부를 해줘야 하는 시간이 보통 30분 정도인데,

그 시간을 유아들이나 아님 8살이더라도 한글 읽기를 배우고 있는 아이의 경우에는 아이, 선생님 양쪽이 모두 곤욕인 것이다.

선생님도 바쁜 시간에 그 아이만 붙잡고 있을 수 없고,

아이는 아이대로 눈치 보며 그 시간이 가시방석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최소한 한글, 숫자는 알고 보내주세요."


하는 말이 나온 것이다.


사실 피아노를 배우는데 한글을 알 필요는 전혀 없다.

그러니 당연히 한글과 숫자를 몰라도 피아노를 배울 수 있고 연주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한글도 한글인데 숫자를 알아야 한다는 소리는 왜 나왔을까?


아이들이 한글보다는 비교적 숫자를 빨리 알게 된다.

1,2,3,4,5

다섯 숫자만 알면 손가락 번호를 보고 피아노를 치게 할 수 있다.

그러니 한글을 몰라도 숫자를 알면 시작은 할 수 있는데 숫자마저 모르면 가르치는 선생님이 아주 곤란해지는 것이다.


오른손의 손가락을 기준으로,

엄지 손가락은 1번 도

검지 손가락은 2번 레

중지 손가락은 3번 미

약지 손가락은 4번 파

새끼손가락은 5번 솔


왼손의 손가락을 기준으로,

새끼손가락은 5번 도

약지 손가락은 4번 레

중지 손가락은 3번 미

검지 손가락은 2번 파

엄지 손가락은 1번 솔


이렇게 정해서 숫자로 가르친다.


예를 들어보겠다.


(오른손 기준) 

3번 2번 1번 2번 3번 3번 3번

미   레  도   레   미  미   미


이렇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생각해보자.

피아노의 건반은 88개이다.

우리의 손가락은 10개이고, 가장 중요한 게 음악에는 다양한 조성이 있다.

또 높은음과 낮은음이 있다. 꼭 가온 자리에서 오른손 1번 손가락으로 도를 처음 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낮은 소리 높은 소리를 다 연주해 볼 수 있고, 다장조(C Major  Key)만으로 피아노를 치는 게 아닌,

사장조(G Major Key), 바장조(F Major Key), 가단조(A minor key)등 다양한 높이의 음과 다양한 조성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특히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에는 귀도 마음도 머리도 열려있는 상태다.

주입식 교육이 들어가기 전이라 다양한 소리를 탐색하고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 내가 좋아하는 조성과 내가 좋아하는 음역대를 찾을 수 있다.

정형화된 가온도~높은 도까지 만을 고집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다른 음역대에서 치게 되면 '틀렸다'가 되지 않는다.


조성은 무려 12가지가 있다. 여기에 재즈 조성까지 더하면 다장조(C Major  Key)가 아니더라도 연주할 수 있는 조성은 더욱 많아진다.


나는 이러한 여러 이유로 아이들이 한글 수를 알기 전에 피아노를 만나고 배우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음역대의 소리를 낼 수 있는 피아노라는 악기로 아이들 스스로 여러 손가락을 사용해서 멜로디를 만들어 볼 수 있고, 또한 즐겨 부르는고 좋아하는 동요도 연주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이 피아노를 처음 배우는데 한글 수를 몰라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저 즐거운 마음으로 피아노를 만나고 친해지는 것이 우선인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적어도 체르니까지는 쳐야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