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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은 Mar 06. 2021

좋은 피아노 선생님의 조건

오랜 시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으로 살아오고 있다.

16년째 한물을 파고 보니 내가 가진 직업에 대한 여러 생각들을 하게 되고 많은 경험들이 축적되는 것 같다.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잘 가르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동반되어야만 한다.

그저 직업으로써, 돈벌이로써의 마음으로는 절대 좋은 선생님이 될 수 없고 오랜 시간 해 나갈 수가 없다.

어떤 직업이든 회의를 느끼는 순간이 오고 여러 상황들로 상처를 받게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직업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이 없으면 여러 일을 겪으며 받은 상처를 치료하지 못하고, 단단히 여물지 못한 상태로 포기를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선생님은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이지만, 학부모와의 관계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간 선생님으로 살아가는데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 

내가 경험하고 보내온 16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며 정리를 한 번 해보았다.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칠 때, 어떤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일까?



*피아노만이 아닌 폭넓게 음악을 알려주는 선생님

-피아노를 배우러 왔으니까 피아노만 주구 장장 치게 하는 선생님이 있다.

 피아노 위주로 레슨을 하되, 넓게 보고 음악에 대한 이해를 심어주는 선생님이 좋은 선생님이란 생각이 든다.

 다양한 음악을 함께 들어볼 수도 있고, 피아노 외의 악기를 구비해서 방학 때 특강으로 알려줄 수도 있다.

 작곡이나 작사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노래를 불러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다.

 이렇게 다양한 음악활동을 곁들여 수업을 해주면 아이도 흥미롭고 더욱 즐겁다.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선생님

-나와 함께 수업을 해 나갈 아이의 성향을 잘 파악하는 것이 앞으로의 성공적인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비결이다.

아이마다 성향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다. 모든 것이 다르다고 보는 게 맞겠다.

여러 아이들을 가르쳐본 선생님은 본능적으로 아이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센스 있는 선생님들도 아이들 파악을 잘한다.

선생님의 피아노 실력과는 별개로 아이 성향을 잘 파악하는 선생님이 성공적인 레슨을 이끌어 갈 수 있다.


*선생님의 진도가 아닌 아이의 속도에 맞춰서 레슨이 하는 선생님

-수업을 하다 보면 나의 템포에 맞춰서 아이를 티칭 하게 될 때가 있다.

 특히나 생각보다 잘 따라와 주는 아이를 만나면 선생님의 마음에 욕심이 자리 잡게 되는데, 그걸 조심해야 한다.

 아이는 아이의 템포가 있다. 아이가 잘해서 나를 감동시키더라도 절대 교사의 욕심이 들어가서 속도를 빨리 하면 안 된다. 아이는 꾸준하게 오랜 시간 재밌게 배워야 한다. 생각보다 아이가 배울 것이 많고 교사가 가르쳐줘야 하는 것이 많다.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알려줄 수 있는 선생님

-내가 시키는걸 잘 따라 한다고 잘하는 아이가 아니다. 피아노를 잘 친다고 음악에 소질이 있다고 단정 짓기에도 무리가 있을 수 있다. 그 당시에 잘하는 것보다 아이가 커서도 음악을 즐기고 악기를 다루며 살아가는 게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음악의 다양성과 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게 하려면, 주입식 교육은 절대 아니다. 


*늘 공부하고 배우며 발전하는 선생님

-선생님도 평생 공부해야 한다. 내가 배운 거 안에서 가르치는 좁은 선생님이 아닌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처럼 교사도 매년 성장해야 한다. 피아노 실력이야 다들 출중하지만, 이외에 배우고 채워야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는 알고 있다.

배우는 건 부끄러운 게 아니다. 계속적으로 배움을 이어 나간다는 건 자연스럽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내가 매년 성장하고 채워지는 것이 많을수록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기억하자.


*아이 중심에서 수업연구를 하는 선생님

-아이들이 계속 흥미를 가지고 재미있게 배우려면 선생님의 수업연구와 노력이 필요하다.

 더 쉽고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다면? 실력 향상을 위해서 어떤 걸 도와줄 있을까?

 나는 쉽게 배웠지만 내가 가르치는 아이는 나랑 충분히 다를 수 있다.

 '저 아이는 이게 왜 안되지?' 생각하지 말고, 아이의 중심에서 아이가 힘들어하는 부분을 해결해주기 위해

 연구하자.


*엄마의 마음을 사로잡기보다 아이 마음을 만져주는 선생님

-결국은 엄마 주머니에서 돈이 나오기 때문에 엄마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나는 그 생각에 반대다.

 배움의 주체는 아이들이고 아이가 만족하면 엄마도 만족이 될 수밖에 없다.

 간혹 대접받길 바라는 엄마들이 있고, 아이는 너무 좋아하는데 선생님이 엄마에게 살갑지 않아서 그만 보내고 싶어 하는 엄마들도 있을 수 있다.

나는 엄마 마음 사로잡기 위해 애쓰는 마음으로 아이들에게 더 잘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음악의 즐거움을 알려주고, 각자의 개성과 재능을 파악해서 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게 도와 주

는 선생님으로 오랜 시간 함께 하고 싶다.


"나 어릴 때 피아노를 되게 재미있게 배웠던 기억이 있어. 그래서 지금도 피아노가 좋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기억으로 추억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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