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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Lee Sep 10. 2020

나의 예술_듣는 다는 것


< 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61 >


지금도 기억한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라디오를 듣다가 우연히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듣게 되었다. 그때의 감정을 기억 할 수도 글로 옮겨 적을 수도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마치 하늘로 붕 뜬 기분이었다. 지금 내 나이대의 지적 수준으로 다시 표현하자면 ‘연인과 사랑을 나눌때’와 똑같은 기분이다. 정말 그런 느낌이다. 그 시절 들었던 베토벤의 음악은 세상 그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가 없었다. 처음 듣자마자 당장 레코드 점에 가서 카세트 테이프를 샀다. 반복 재생을 눌러가며 테이프가 늘어질듯이 들었다. 27년이 흐른 지금도 나의 음악 목록에는 언제나 들어있는 곡이다. 그 곡을 듣고 난 후, 음악을 해야 겠다고 결심했다. Beethoven Violin Concerto 나를 음악의 세계로 빠지게 한 작품이다.




< 행복해서 그만 둘 수가 없었다 >


초등학교 5-6학년 시절에는 학교를 거의 등교하지 않고 피아노 치는 일에만 몰두 했다. 혹시라도 학교를 가는 날이면 1-2 교시만 하고 피아노 입시학원으로 가서 레슨을 받으며 하루 10시간씩 피아노를 쳤다. 밥먹는 시간과 화장실 가는 시간을 빼고는 피아노 앞에만 앉아있었다. 예술 중학교에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사실 나는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나에게는 음악적 재능이 없다는 것을. 단지 음악을 그리고 피아노를 너무 좋아한다는 사실만 있었을 뿐이었다. 없는 살림에 빚을 내어 레슨비를 대주시던 부모님께 죄송하여 손등위에 바늘을 달고 링거를 맞아가면서도 연습을 쉬지 않았다. 어린 마음이었음에도 힘들지 않았다. 아니 힘든줄 몰랐다. 힘들었으면 그 3평 남짓한 연습실에서 뛰쳐 나갔을 것이다. 좋아하는 마음만 있고 재능이 없었기에 악착 같이 하는 수 밖에 없었다. 결국 나는 예중에 입학하지 못했다. 사실 합격하지 못할것을 어린 나도 알고 있었다. 허나 포기 할 수 없었다. 너무 좋아하니까. 내가 포기하면 세상이 끝날 것 같았다.


중학교 이후로는 집안 사정상 피아노를 계속 쳐 나갈 수도 없었다. 사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핑계거리가 있으니까. 그렇게 좋아하던 것이 세상 꼴보기 싫어질 때도 있구나를 경험했다. 하지만 그 미움은 애증이었나 싶다. 나는 계속 음악듣는 것을 멈출 수 없었고, 음악이 너무 좋아 교회에서 예배 반주 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중학교 시절이 지나고 고등학교때가 되어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을 다시 시작 할 수 있게 되었다. 피아노가 아니라 성악이었다. 행복했다. 정말 행복했다. 피아노를 치는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를 통해 계속 음악을 할 수 있다는 것에 행복해 했다. 그렇게 노래가 음악이 내 평생 직업으로 시작 되었다.





< 여전히 듣는 것이 좋아서 >


나는 여전히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남의 이야기를 듣는것도 음악을 듣는것도 심지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에게 말하는 마음의 소리를 듣는것도 좋아한다. 자기연민에 빠지거나 삶의 낙심이 올때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며 상대방의 생각과 음성을 들을때 치유가 찾아온다는 것도 배웠다.


“Healing is come from Hearing: 치유는 들음에서 온다” 라고 했던가.


듣는것이 좋아 나의 직업도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다. 마냥 듣기만 하는 INPUT 에서 밖으로 표출하며 OUTPUT하는 음악을 하는 사람이 되었다 . 듣기만 하면 음악 평론가가 되었겠지만, 듣고 부르는 행위를 동시에 하는 성악가가 되었다. 최근 한권의 책을 읽다가 내가 행복한 사람인것을 알게 되었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하는 인생 아니겠는가.’

-유시민의 어떻게 살것인가 중-


사실 밥은 먹고 사는데 조금은 배고픈 직업이다. 문화 예술이란 직업이 그렇다.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매달 월급받는 월급쟁이들 처럼 안정적이지는 못하다. 그러나 괜찮다. 나는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았으니, 행복한 사람이다.


나는 여전히 듣고있다.


< Piazzolla - Oblivion > < Rachmaninoff - Symphony No. 2 in E Minor, Op. 27: III. Adagio >


무엇으로도 형언할 수 없는 기쁨으로 다가온다. 행복하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나는 듣는 행위를 죽을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음악은 나에게 배와 같은 존재이다.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상상속에서나 실제하는) 실어주는 배와 같다.


멈추지 않고 들을 것이다 그리고 노래 할 것이다. 음악은 나를 행복한 삶으로 데려가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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