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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Dec 01. 2023

<내 딸은 깐족 대마왕>


목요일의 셔틀 기사는 어제도 왕복 100km가 넘는 거리를 운전했다.


1. 기사 모드 전환 전


수업하는 학교에서의 빌런들 문제를 해결 아닌 종결을 시켰기에 마음이 더 무거웠고, 새 출석부를 프린트해 와야 하는데도 정신이 팔려 있어서 안 해온 걸 학교 가서 알게 되었다. 교무실 선생님의 PC를 빌려 출석부를 인쇄하면서 나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낮고 깊은 한숨이 터져 나왔다. 기분 탓인지 한숨 소리와 함께 주변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마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저학년 수업은 더 열과 성의를 다해 진행했고, 마지막에 게임을 하면서는 아이들도 나도 게임에 빠져든 나머지 종이 치고도 오분을 더 하게 되었다.


잠시 활기를 되찾은 듯 보였지만 아이들이 나가고 교실을 정리하면서 몸과 마음이 축축 쳐졌다.




2. 나는야 목요일의 기사


차에 올라타서 지금 내 마음 상태를 대변해 줄 첼로 연주(top cello covers of popular songs-2018)를 배경음악으로 깔아놓고 딸아이에게로 출발을 했다. 느린 템포의 음악이 평소보다 운전 속도를 느리게 만들었고, 나를 더 차분하게 만들어줬다.


https://youtu.be/KH7Mli_cKEs?si=4y2qfYwnPCl_AaY_




3. 내 딸은 엄마 특정 깐족이라네


연세 지긋한 주인 내외분이 정성을 다해 지은 4층 짜리 건물 주차장에 도착했다. 짐 갖고 내려오라고 딸아이에게 카톡을 했더니, 자고 있었다며 엄마가 올라오라고 한다.


‘수술 후 한 번을 고분고분 내 말을 들어준 적이 없다.’는 사실을 떠 올리며, 핸드폰과 차키, 롱패딩을 챙겨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집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이가 자다 깬 목소로 선빵을 날린다.


딸 : ”왔어? “ ”설거지 좀 해. “

나 : (내가 너 하녀냐? 설거지 좀 해줘도 아니고..) 나도 좀 쉬자. 피곤하다. 빵 만든 거 있어? 점심도 못 먹어서 배고프다.

딸 : 거기 모카빵 만든 거 있잖아.

나 : 어디? (주변을 둘러보며 모카빵 한 다발을 발견하고서, 좀 친절하게 거실로 나와서 알려주면 안 되냐?)


지난주에 사다 놓은 인스턴트커피를 타려고, 새 생수병을 꺼내 전기 주전자에 물을 붓고 있었다.


딸 : 그 옆에 남은 생수 있는데, 왜 새 걸 뜯었어?

나 : 물이 조금밖에 안 남아 있잖아. (언제 개봉한 지도 모르는 생수 보다 나름 신선한 새 생수를 끓이고 싶었다고!)


전기 포트 물과 함께 내 머리에서도 스팀이 끓어오르기 시작한다.


싱크대에서 손을 씻은 후 선반에서 파스타 접시로 쓰는 크고 예쁜 접시를 꺼내 모카빵을 담고, 인디핑크 머그잔을 꺼내 인스턴트커피를 담고 뜨거운 물을 부은 후 상온의 물을 더 부어 마시기에 적당한 온도로 맞췄다.


커피 크림이 속에 들어있는 모카빵을 한 줌 뜯어 맛을 보고,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맛있다!


내 딸은 어려서부터 요리와 베이킹을 좋아했고, 또 재능이 있었다. 관련 학과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베이킹 수준이 업그레이드되고 있어서, 등록금 내주는 재미가 있다.


화장실에서 나온 딸이 빵을 담은 파스타 접시를 보면서,


딸 : 작은 접시도 많은데, 왜 그 큰 접시를 꺼냈어?

나 : (열폭하면서) 쓰고 싶으니까 썼지~~~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

부글부글 끓는 화를 누그러뜨리며, 빵을 우걱우걱 끝까지 다 먹었다.


집으로 출발할 시간이 되었다.


나 : 너 짐가방 챙겨. 내려가자.

딸 : 저 큰 가방 엄마가 들어. 난 이거 (작은) 가방 들게.

나 : ... (그래. 나는 너를 낳은 순간부터 무수리가 되었지.)


같이 차에 타고 출발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딸이 기름을 확 붓는다.


딸 : 모카빵 안 챙겼지?

나 : 그거는 너가 챙겨 왔어야지. 그것까지 내가 챙겨야 하냐?

딸 : 응!


와~ 운전 안 하고 있었으면 한 대 쥐어박았을 것이다.


'도대체 너한테 나는 뭐니?'

'너 뒤치닥꺼리하는 사람이니?'

‘학교, 병원 모시고 다니는 기사니?’


와다다다 퍼붓고 싶은 말들을 속으로 삭였다.


자기 주변 사람들 누구에게도 저런 식으로 말하고 행동하지 않는데, 유독 나한테만 이러는 이유가 뭔가 싶다.


어떤 때는 애가 아프다고 부모가 다 받아주면서 키워서 그런가 싶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나 아니면 누구한테 쌓인 거 풀면서 사나 싶기도 하고.


아이 컨디션이 좋으면 깐족대며 나를 긁어대고, 아이가 아프면 내가 밥도 못 먹고 안절부절못하니, 차라리 계속 나한테 깐족대는 게 낫겠다 싶기도 하다.


에휴~~~ 저 깐족 대마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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