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Dec 17. 2023

<감출 수 없는 목의 나이테>

Unsplash에서 퍼온 사진


일정상 다음 주에 학교 면접이 몰려 있어서, 뿌염이 시급해서 미용실을 급하게 예약했었다. 긴 머리에 젤리펌을 하여 내 인생 최고 스타일을 찾기는 했으나, 손갈퀴로 머리카락을 쓸어내릴 때마다 중간에 확확 걸리거나, 억지로 힘을 주어 끝까지 밀어붙이면 후두둑 머리카락이 끊겨 버린다. 이럴 땐 헤어 클리닉이 필수다. 웬만하면 클리닉 안 하고 버텨보려고 했었는데, 나이도 많은데 머리카락까지 푸석하면 면접관한테 없어 보일까 봐 비싼 시술을 받기로 했다.


염색을 하는 공간은 통창으로 자연광이 직빵으로 쏟아지면서, 나를 포함한 손님들의 피부 잡티와 주름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못생김 인증 거울‘이 있는 무서운 곳이다.


그동안 부지런히 피부과에 출근 도장을 찍은 덕분에 얼굴은 어찌어찌 봐줄만하다만, 오늘따라 살짝 늘어진 이중턱과 손가락으로 잡았다 놓으면 좀체 원상복귀가 되지 않는 ‘가로세로 목주름‘에 깜짝 놀랐다.


이거 이거 어찌해야 하나. 깊이 패인 목 가로 주름에는 필러를 채워놓고, 목에도 리프팅 시술을 받아야 하는 건가?

난 필러는 싫은데. 그러다가 선풍기 아줌마 되는 거 아니야? 겨울에는 얇은 목폴라 스웨터로 가리고, 봄가을에는 쁘띠 스카프로 가려주고, 여름엔 뭘로 가려야 되나?

아.. 돈 열심히 벌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염색과 클리닉이 끝나고 드라이를 하는 ’일반석 예쁜 거울‘ 자리로 옮겨 앉았다. 얼굴 잡티도 훨씬 덜 보이고, 목주름도 결이 덜 선명해 보인다. 약간의 안도감이 느껴졌다.

어제도 친구랑 단둘이서 조촐한 송년회를 했는데, 갑자기 알코올이 땡긴다. 기분이 우울해졌다는 신호다.



어제의 송년회

https://m.blog.naver.com/claire_kim999/223294715848



일층에 있는 작은 프레시 마트로 가서, 매년 겨울에 만드는 뱅쇼(Vin Chaud)용 달콤하고 싼 레드 와인 한 병과 내가 좋아하는 화이트 와인 Sauvignon blanc 한 병, Babybel 치즈 한 꾸러미를 샀다.




집에 와서 치즈에 쇼비뇽 블랑 한 잔 따라서 마시는데, 별로 맛이 없다. 과일향은 거의 안 나고 알콜향이 강하다. 천사 날개 달린 Montes 거는 다 맛있는 줄 알았는데, 아무 생각 없이 레드 와인 옆에 거 집어 왔더니만.. 가격이 너무 저렴했나 보다.


이래저래 나이를 먹을수록 외양이나 내면을 가꾸는 데뿐만 마니라, 먹거리, 취미에도 점점 더 돈이 많이 든다. 한 번 만족감을 주는 역치가 올라가면, 절대로 다시는 그 값은 아래로 내려오지 않는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모가지는 있는 그대로 갖고 살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너를 만나러 가는 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