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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Nov 09. 2023

<너를 만나러 가는 길>


목요일 내 수업이 끝나고 딸을 데리러 가는 길.

연예인의 연예인이라 불리는 브루노 마스(Bruno Mars) 노래가 내 흥을 돋군다.


온 에너지를 쏟아부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나이기에, 보통 수업 후에는 집에 들어가자마자 잠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최소 한 시간은 누워 있어야 기력을 회복할 수가 있다.

기초 체력이 소위 말하는 저질 체력이기도 하고.


50킬로가 넘는 고속도로를 찐한 에스프레쏘 세 잔을 연거푸 마신 것처럼 한껏 각성되어 신나게 밟고서, 오십 분도 체 안 되는 시간에 학교 안 단과대 앞에 도착했다.


일몰 시간이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아 있지만, 회색빛 구름이 잔뜩 껴 있는 하늘은 어스름한 저녁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여기에 서늘한 공기마저 더해지니 분주히 움직이는 이십 대 젊은 대학생들을 보면서, 가슴이 뭐랄까.. 일렁인달까..


일렁이는 감정 속에는 불현듯 허전함이 올라오고, 그들의 젊음 속에서 추억하게 되는 나의 이십 대와 지금의 나이 듦이 떠오르고, 곧 만나게 될 나에게만 투덜거리는 딸에 대한 보고픔이 섞여있다.


지난 주말 딸아이를 다시 학교 앞 숙소로 데려다주고 돌아가는 길에 유난히 가슴 한 켠이 아렸었다.

혼자서도 이 지역 병원들을 잘 찾아다니며 응급 상황까지 가지 않게 하려고 자기 컨디션 조절도 미리미리 하면서, 식사도, 약도 혼자서 "너무" 잘 챙겨 먹고 있다는 게, 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우리가 곁에서 더 이상 지켜주지 못할 때가 오면,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살아갈 거라 믿어 의심치 않지만, 벌써부터 그 모습이 안쓰럽다. 갑자기 웬 청승인가.


엄마가 이렇게 애달파서 눈물이 고이고, 입을 삐죽이며 기다리는 걸 알리도 없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을 내 딸은 만나자마자 내 전투력을 곧 활활 타오르게 만들 것이다. 그게 우리의 루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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