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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an 11. 2024

갑작스런 제주도행


아니나 다를까 어제저녁때 아이가 복통이 심하다고 전화가 왔다. 식은땀까지 난다고. 가스 제거제도 먹어 보고, 걷기도 해 봤는데, 오른쪽 배가 아프다고 한다.

호텔 근처 응급실 있는 병원 검색해서 가보라고 하니, 서귀포 의료원으로 갔다고 한다. 소변 검사, 혈액 검사 하고 CT 찍으려고 대기 중이라고 연락이 왔다. 혹시나 맹장 수술하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제주도행 비행기표를 검색해 오늘 새벽 표를 예매했다.


CT 결과 장이 많이 부어 있어서 맹장이 안 보인다고 한단다. 소화제와 진통제를 처방해 줬고,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진통제를 맞아서 복통은 가라앉았다고 했다. 무슨 증상인지는 모르지만 병이 진행되는 걸 알아채지 못할 수도 있으니 진통제는 빼고 약을 먹으라고 해놓고, 잠을 청했다.


새벽 비행기로 제주공항에 도착해서 서귀포 의료원으로 가서 아이를 만났다. 일반 외과 진료를 봤는데, 장이 한 바퀴 꼬여 있다고 했단다. 일단 CT 사진을 복사해서 서울대 병원 진료를 방학중에 받아 보기로 했다. 멀쩡해진 아이는 내가 호텔방에 오면 친구들이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병원에서 헤어지길 바란다.


서운함을 뒤로하고 커피 덕후답게 커피템플 제주점을 시작으로 나 혼자 당일치기 제주여행을 하기로 했다.


귤밭 한가운데 있는 <커피템플>에서 시그니쳐 음료인 텐져린 카푸치노와 귤피 쥬스를 시키고, 아직도 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나무를 신기하게 쳐다보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다.



다음 행선지는 <회심>. 커피템플에서 오백미터 떨어진 곳인데, 템플이 워낙 안쪽에 위치해 있어서인지 카카오 택시가 안 잡힌다. 병수발 할 목적으로 옷도 얇게 입고 왔고, 장갑도 없이 대충 챙겨 온 캐리어를 밀면서 맞바람을 맞으며 걸으니, 손도 시렵고 정신도 하나도 없다.

다행히 고등어회덮밥과 게우초밥이 맛있어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제주도에 왔으니 바다는 한 번 보고 가야지.라는 생각으로 공항에서 가까운 바닷가 카페를 검색했다.

<바움 하우스> 카페 앞에서 내려 아까보다 더 세진 바닷바람을 앞뒤로 맞으면서, 파도치는 바다와 파란 하늘 사진을 찍었다. 바람을 하도 맞으니 머리가 어질어질해서, 길건너에 있는 카페로 얼른 들어갔다.

카푸치노와 바움쿠헨 타르트를 시키고, 저녁 비행기표를 좀 더 시간을 당겨 오후 표로 바꿨다.


먹고 싶은 건 많은데 도저히 배가 불러서 더 오래 있을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아이 덕분에? 이렇게 당일치기 제주 여행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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