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Jan 14. 2024

별이 너 왜 그러는 거냐?

Unsplash 사진


벌써 한 달이 넘어간다. 새벽 세 시만 되면 별이가 내 방문을 긁어댄다. 문을 열어주지 않고 버텨보려 하지만 끈질기게 긁어댄다. 할 수 없이 문을 열어주면, 처음에는 살살 끙끙대며 속으로 짖기 시작하다가 갑자기 컹컹대며 우렁차게 누워있는 나를 향해 짖어댄다. 윗집 아랫집에 소리가 들릴까 봐 나는 빛의 속도로 일어나서 배가 고픈가 하는 생각에 그 시간에 사료를 밥그릇에 부어주고 다시 잠을 잘 수 있었다.


그 시간에 밥을 준 게 잘못이었을까? 정각 세 시만 되면 내방으로 와서 방문 긁기와 컹컹 짖기를 반복한다. 할 수 없이 자구책으로 잠자리에 들 때 후크가 있는 조끼를 별이에게 입히고, 켄넬에 고정된 긴 줄을 후크에 고정시켜서 일정 바운더리를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한 며칠은 잘 잤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조끼에서 빠져나와 또 세 시에 나를 깨우기 시작한다. 밤 열두 시부터 세 시까지 사이에 나 혼자 자동으로 깨는 두 번과 별이가 깨우는 한 번을 합치면, 내 수면의 질은 엉망이 되고 만다.


어제, 그제는 피곤해서 별이 조끼를 입히지 못하고 잠이 들었었다. 별이는 정확하게 한 시간에 한 번씩 나에게 와서 큰 소리로 짖어댔다. 하룻밤 사이에 네다섯 번을 깨워대니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기다란 신발 주걱을 찾아 그 새벽에 별이를 쫓아갔다. 낌새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는지 별이는 토끼 보다 더 빨리, 미끄러지듯이 내 시야에서 사라져 남편 방 쪽문으로 쏙 하고 들어가 버린다.


그렇게 이틀을 잠을 설치고 나니 머리가 멍하고 뒷목이 땡긴다. 동물들은 본능적으로 무리에서 누가 우두머리이고 누가 꼬리인지를 안다고 하던데, 별이 생각에는 내가 별이 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언제 어느 때고 짖어대면 밥과 물을 대령하는 사람이라고. 남편이나 딸에게는 짖는 법이 거의 없었으니까.


아니면,


혹시 불면증은 별이가 있는 것은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갑작스런 제주도행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