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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an 16. 2024

취업 고군분투기

Unsplash 사진


작년 연말부터 요즘 계속 이력서와 운영 제안서 작업을 하고 있다.

두 군데는 서류에서조차 탈락했고, 두 곳은 면접 분위기도 좋았고 곧 연락을 준다고 했는데, 최종 연락이 안 왔다. 나머지 한 곳은 최종 합격했지만 내가 고사를 했다. 면접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나보다 훨씬 젊은 경쟁자들이 와 있었다. 보통 두 배수나 세 배수로 면접자를 뽑기 때문이다.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첫 해에 원어민 영어 수업을 영국인 강사와 함께 가르치게 되었기에, 재작년과 작년에는 쉽게 한 번에 일자리를 더 구할 수 있었다. 경력은 더 쌓였는데 이번에는 일자리를 구하는 게 쉽지가 않다. 자신만만했던 내 모습은 사라지고, 속상함과 조금 하락한 자존감만이 남게 되었다.


내가 찾은 이유는 내 주민등록상의 나이가 더 많아졌다는 것뿐이다.  내 외모는 사람들이 내 실제 나이보다 한 열 살 정도 어리게 본다. 피부과에 들인 돈이 있으니 내가 봐도 그렇게 보인다. 하지만 외관상 나이와 달리 작년 가을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끼고 있다. 저녁을 먹고 식탁을 치우고 나면, 어느새 침대에 누워 스르륵 잠이 들었다가 열 한시쯤에 다시 깬다.

보통 열 시에 예약해 놓는 영어회화 앱의 비싼 수업을 놓치고는 허탈해 하기 일수다.


일 월에도 간간이 나오는 구인공고를 보면서 취업 전략을 바꿨다. 어떤 학교들은 강사를 못 구해서 이차, 삼차 공고까지 내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곳은 수업을 듣는 학생 수가 적거나 그 이외에 일 하는데 까다로울 수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나에게는 별 다른 선택권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오늘 오후 네 시까지 접수 마감인 어느 학교의 삼차  공고를 늦게서야 발견하고서, 부랴부랴 서류 작업을 했다. 그런데, 공고문에 접수 이메일 주소가 없는 거다. 다시 공고문을 읽어 보니 교무실로 직접 접수하라고 되어 있다. 헉.. 마감까지 한 시간 남았는데.. 일단 필요한 각종 서류들을 인쇄하고, 클립으로 분류해서 누런 봉투에 넣으면서 계속 갈등을 했다. '가지 말까?' 네비에는 28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고 나오는데, 집에서 나선 시간이 3시 20분이었다.


운전에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음악도 틀지 않고, 노란 신호등에도 멈추지 않고 달렸다. 학교 주차장에 도착하여 3시 50분에 교무실 문을 열고 서류 바구니에 봉투를 떨굴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숨 가빴던 나를 위로해 주기 위해 피아노 곡을 틀고, 한결 여유 있는 마음으로 운전을 했다.

그래.. 짱짱한 직장 다니던 남자들도 퇴사하는 나이인데, 경단녀가 전공도 아닌 과목을 가르치는 건 대단한 거다.

되면 되는대로, 안되면 안 되는 데로 마음 편히 먹자.. 고 생각을 정리했다.


오늘도 역시 열 시 회화 수업을 놓치고,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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