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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an 30. 2024

자유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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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 전에 남편이 두바이 출장을 갔다. 새벽 다섯 시에 종종거리며 밥상을 안 차려도 되니 하루의 시작이 여유롭다 못해 하루종일 늘어지기 시작했다. 딸아이는 혼자서도 끼니를 잘 차려먹는 스타일이라 식재료만 냉장고에 채워두면 된다.

하루치 설거지가 둘이서만 내놓은 게 산같이 쌓인다. 딸에게 만 원을 줄 테니 설거지 좀 하라고 했는데, 너무 많아서 안 하고 싶단다. 식세기 돌리고, 작은 냄비 두 개만 손 설거지 하면 되는데도 싫단다. 나도 하기 싫었지만, 냉장고에서 뭘 꺼낼 때마다 쌓여있는 그릇들을 외면해도 마음이 불편해져서, 어젯밤 열한 시에 결국 설거지를 하게 되었다.


남편 출장 가면 친구들이랑 저녁때 반짝이는 강남거리에서 저녁에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못 보던 사람들도 연락해서  만나야지, 책도 더 읽어야지 했었었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생활의 원동력이라고 하던데, 스트레스가 없어서 그런지 막상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안 든다. 학교도 방학을 해서 따로 수업 준비를 할 필요도 없고, 새해에 필요한 서류들도 모두 제출한 상태고, 새 학교와의 계약도 무사히 잘 마친 상태다.


오일 후에 남편이 돌아온다.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스케쥴표를 보면서 빨리빨리 하루하루를 채워 나가야겠다. 오늘 아침에 친구들 단톡방에 약속부터 잡고, 언니들한테 톡도 돌리고, 또 뭐 해야 하나.. 특별한 일 없으면 항상 해 지기 전에 집에 돌아와 집순이를 자처하는 나는 나이트 라이프가 그리우면서도 살짝 귀찮다.


그래도 오늘부터 부지런히 놀러 다녀야겠다. 아니, 놀러 다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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