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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Feb 23. 2024

그녀의 뒤태를 보며

그녀의 치명적인 뒤태



별이의 미용할 시기가 지나버렸다.

요즘 자잘한 일들이 많다 보니 운동 갈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비숑의 만만치 않은 미용비도 한몫해서 차일피일 미루고만 있었다.

비숑은 그 특유의 외모가 나오려면 <가위컷>을 해줘야 하는데, 이게 보통 십오만 원 전후에서 가격이 시작된다. 여기에 몸무게가 많이 나가거나 털의 엉킴 정도에 따라 추가비용이 발생한다.

우리 집은 가위컷 가격이 너무 비싸서 차선책으로 "스포팅컷"만 몇 년째 해 왔었다. 스포팅컷은 팔다리 아니, 네 다리의 털은 길게 남겨 다듬어 주고, 몸통의 털은 바리깡으로 밀어 1미리에서 3미리 길이로만 남겨주는 스타일이다.

얼굴털은 별이의 경우 일명 <화이바> 모양이 안 어울려서, 귀가 툭 튀어나오게 “테디베어“ 컷을 주로 해주고 있다. 스포팅컷의 가격은 십만 원에서 기본 가격이 시작된다.

내가 다니는 사람 미용실은 여성 컷트 가격이 삼만 원인데, 사람 컷트 가격보다 비싸다.


예쁜 외모를 유지시키려면 미용 텀도 2개월에 한 번씩은 해줘야 하는데, 우리는 그냥 3-4개월에 한 번씩만 시키고 있다. 산책을 나가면 동네에 유난히 비숑들이 눈에 뜨이는 날이 있는데, 잘 관리된 다른 집 비숑들을 보면 좀 부끄러울 때도 있다. 하지만 동네 비숑 중에 얼굴은 별이가 제일 예쁘다. 별이의 두 눈과 코의 비율은 역정삼각형으로 황금비율을 자랑하고 있다. 그래서 지나가는 다른 집 비숑과 마주쳤을 때, 털 상태가 그리 정갈하지 않아도 속으로는 나름 자부심을 느낀다. ‘우리 별이가 더 예쁘다고!’ 이렇게 말이다.


비숑은 빗질도 매일 해줘야 털이 엉키지 않으면서, 그 특유의 미모가 살아난다. 별이가 집에 온 지 이년 차까지는 열심히 씻기고, 빗질을 해주었었다. 일 년 차 때는 인터넷에서 몸통 사이즈를 재 가면서 신상 옷을 사입히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기 바빴었다. 그 모습을 본 선배 견맘은 ”첫해에는 나도 그랬었지 “라며 지금 사진 많이 찍어두라고 했다. 다시는 오지 않을 아기 시절이라고 하면서. 아기시절의 별이는 배 피부와 귀 안쪽 피부가 더 밝은 분홍색이었고, 털도 아기털이라 보들보들해서 손으로 쓰다듬으면 손이 미끄러지는 느낌이 들었었다.


보통 견생의 나이에 7을 곱하면 사람의 나이가 된다고 한다. 별이가 우리 집에 온 지 6년 하고도 몇 개월이 지났으니 6*7=42세, 어느새 사람 나이로 42세가 조금 넘은 것이다.

오늘 별이의 “털 찐 뒤태”를 보면서, 어릴 때 중성화 수술을 시킨 우리 별이는 시집도 못 가보고 나이가 이렇게 들어버렸네.. 좀.. 아주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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