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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r 16. 2024

언니가 왔다 3


새 학년 새 학기가 시작되었다. 월, 수는 새로운 학교에서 80분씩 두 타임 수업을 하고, 화, 목은 기존 학교에서 40분씩 두 타임 수업을 한다. 화, 목 학교는 방송댄스, 요리, 컴퓨터 과목이 인기가 많아서인지 내 과목은 학생수가 작년과 비교해서 반토막이 났다. 새로운 학교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기는 하지만, 보통 40분 하는 수업을 80분이나 해야 되니 아이들도 나도 힘이 든다. 중간에 5분 쉬게 한 뒤 영상을 따로 준비해서 주의를 환기시키고, 게임도 하게 해서 겨우 지루함을 달래주고 있다.

이번 주 목요일 밤에 긴장이 풀어지면서 야식으로 순대를 시켰었다. 배달된 순대를 보고는 언니가 기겁을 하면서, 이 시간에 순대를 먹는 게 말이 되냐며 쏘아붙였다. 나는 불쌍한 표정을 지으면서 “몇 개만 먹을게. 너무 먹고 싶어.”라고 대답했지만 언니는 화가 나서 방에 들어가 버렸다.


금요일은 언니와 수원 스타필드에 갔다가 부모님 댁에 가기로 한 날이다.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서 아침에 언니의 커피를 만들어서 ‘진상’ 하면서 어제의 야식 얘기가 안 나오길 바랬다. 아니나 다를까 언니는 한층 차분해진 목소리로 삼십 분간 내 몸 상태와 규칙적인 식사 시간, 운동에 대해 설교를 늘어놨다. 이 설교가 빨리 끝이 나길 바라는 마음으로 공손하고 겸허하게 “알았어”, “나도 알아” 등의 추임새를 반복했다.


보통 쇼핑몰은 복잡하고 갔다 오면 사람들한테 기가 빨려서인지 나는 집에 돌아오면 침대에 한 동안 누워 있어야 한다. 그래도 언니가 왔으니까 오픈한 지 얼마 안 된 수원 스타필드에 구경삼아 언니와 함께 갔다.

별마당 도서관이 생각보다 크고 넓어서 깜짝 놀랐다. 공간을 즐기며 휴식을 하면서, 쇼핑몰에 오래 머물면서 쇼핑도 많이 하라는 의도 치고는 너무 컸다. ‘키즈 카페’ 아니고 ‘어덜트 카페’처럼 보였다. 그래서 정 모 씨는 마이너스의 손인가 싶기도 했다.

전 층을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ZARA, H&M, COS, Massimo Dutti 가 한 층에 쫙 있다는 거였다.

그다음으로는 귀염뽀짝 캐릭터 샾이 여러 개 있는 게 좋았다. 언니는 캐릭터 샾에서 직원들과 친구들에게 줄 예쁜 패브릭과 키링, 핸드폰 홀더를 잔뜩 샀다. 나도 마음에 드는 아이폰 케이스를 하나 발견해서 장착을 했다.



<무지>에 들어가서는 잠옷을 좋아하는 우리 자매는 이 색이 어울리나 저 패턴이 어울리나 서로 이것저것 얼굴에 대보면서 신이 났다. 언니는 파란색과 하늘색의 패턴이 있는 잠옷 두벌을 고르고, 나는 아이보리색의 무지 잠옷을 골랐다. 또 우리 집 쓰레기통이 낡았다며 발로 페달을 밟아 뚜껑을 여는 쓰레기통을 골라줬다. 봄에 신을 면으로 만들어진 페이크 싹스도 몇 개 골랐다. 계산대에 가서는 언니가 다 계산을 하겠다고 나섰다.

‘언니 감사합니다. 오늘 아침 설교는 잘 들었습니다.’라는 훈훈한 생각이 들었다. 역시 ‘오고 가는 선물 속에 싹트는 자매애’다.


중간에 아빠한테서 카톡이 왔다. 오늘은 8시에 업무가 끝나니 먼저 집에 가 있으라는 내용이었다.

두 시간 넘게 돌아다니느라 허리가 아프기도 하고, 퇴근 시간에 걸릴 것 같아서 언니에게 그만 가자고 했다. 네시 반에 출발했는데 벌써 도로에는 차량들이 가득 차 있었다. 부모님 집 앞에 도착해서 언니를 내려주고 나는 그냥 집으로 가겠다고 했다. 언니가 놀라면서 ‘강남 신세계 스위트 파크에서 산 케이크’로 나를 유혹을 해 본다.


“너 이거 안 먹을 거야?”

“응”


“피곤하다면서 집에 들어가서 좀 쉬다가 가”,

“엄마를 보는 게 더 피곤해”


하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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