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리주저리>

어린이날 전후로 아이는 대학교 근처 숙소에서 중간고사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남편은 베트남 출장을 가있다. 삼일 동안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지 않아도 되었고, 이틀 치 설거지를 쌓아두었고, 세탁과 건조가 끝난 빨래를 소파 위에 수북이 쌓아두었다.

글 쓰고 먹고 자고 음악 듣고, 간간이 털북숭이 별이를 껴안으면서 행복한 외로움을 즐기면서, 천국이 따로 없구나. 싶었다.

어제, 그제 몇 년 간의 일들을 글로 쏟아부었더니 어지러움 증세가 나타났다. 어제까지만 해도 어지럽다 말다 했는데, 오늘은 증상이 계속되고 있다. 글로 정리가 되어서 후련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몸은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었나 보다. 갑자기 머리가 멍해지면서, 내 방안에 있는 침대로부터, 책상으로부터, 소파로부터 나만 분리가 되어 오려지는 느낌이 들었다. 어제 먹은 알러지약 때문인가? 되도 않는 이유를 찾아본다.

정신을 차려보려고 급하게 샤워를 하고, 내가 즐겨 입는 검정 죠거팬츠에 건조기에서 쪼그라든 흰면티를 걸치고 스웻셔츠를 재빠르게 덧입었다. 읽을 책 두권과 차키를 챙겨 후다닥 주차장으로 나왔는데 제법 비가 오고 있었다.

내가 거의 매일 갔던 카페로 갔다. 이런 날은 손님이 적다. 자칭 내 지정석에 앉아 책과 노트, 필통을 꺼내놓고 드립커피를 주문했다. 오늘은 케냐커피가 준비되어 있었다.

비오는 날의 커피는 언제나 깊은 향과 맛을 느끼게 한다. 저기압 때문이야! 라고 나의 이성이 감성을 가로막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재즈 소리에 맞춰 창가에 비가 후_다닥 후_다닥 엇박자로 부딪히고 있었다. 한참을 뚫어져라 빗방울을 관찰했는데도 신기하게 재즈 곡소리에 맞춰서 창문을 때리고 있었다.

여기서 팬데믹 기간 중 이년을 책을 읽으며, 업무를 보며, 시험 공부를 하며, 꿈을 꾸며 보냈다. 작년 여름방학때 번아웃 증상이 와서 학교수업 외의 시간에는 침대에 누워지내던 한달과 최근에 딸아이의 응급상황 시기를 빼고는 말이다.

올해가 들어서 부터인지 온몸이 두들겨 맞은것 처럼 여기저기가 아프고 관절이 뻣뻣해지기 시작하면서, 내몸을 돌봐야겠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들었다. 등록만 해놓고 수업 전에 취소하곤 했던 필라테스도 다시 다니고, 유명한 림프마사지 샾에도 소개받아 가보고, 엔도***라고 몸의 순환을 좋게 한다는 것도 큰 돈을 내고 받게 되었다. 믿거나 말거나 그나마 엔도***를 받으면서 몸의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고 붓기가 빠지면서 몸이 한결 가벼워졌다.

그간에 나를 옭아매고 있었던 만성 통증, 만성 스트레쓰, 만성 우울감으로 부터, 내 발목을 옥죄고 있던 굵은 쇠사슬이 철커덩 소리를 내면서 풀리듯이, 조금씩 자유로워지고 있음을 느끼고 있는 오늘이다.

2023.5/6 지금 나 날아갈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