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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y 05. 2024

비 오는 일요일


커피 한 잔에 바이올린 연주를 듣고 있다. 잔잔하게 내리는 빗소리에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졸기도 했다.


딸아이가 한 달 넘게 집에 오지 않고 있다. 중간고사 끝나고 주말마다 지역 축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바쁘다고 한다. 지난주에는 딸아이 생일이어서 알바하는 곳에 가서 분주히 일하는 모습을 잠깐 봤다. 먹거리 코너에서 남편과 열무국수와 김치전을 나눠 먹고, 딸아이 자취집에 가서 낮잠을 맛있게 잤다. 일어나니 바로 딸아이가 알바 끝났다고 전화가 왔다. 셋이서 한우 정육식당으로 가서 고기와 냉면을 배불리 먹고 자취집 앞에서 내렸다.


딸아이를 가운데 두고 남편과 나는 샌드위치 빵처럼 앞뒤에서 아이를 끌어안았다. 평소 딸아이 성향을 생각해 볼 때, 생일 용돈을 받았기에 그런 낯간지러운 포즈를 참아준 것 같았다. 남편과 내가 순서대로 딸아이 볼에 뽀뽀를 한 다음에 아이는 뒤도 안 돌아보고 집으로 올라가 버렸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딸의 매정함을 흉을 보면서 허전함과 동지애를 나눴다.


어젯밤 상황은 월요일까지 알바라고 딸은 오늘도 오지 말라고 했다. 남편은 어제도 라운딩 나갔었고 내일도 나간다고 하면서 오늘은 연습장을 간다고 한다. 연습장에 같이 가서 연습하자고 했더니 진저리를 친다. 두 사람 때문에 마음이 상해버린 나는 아파트 단지를 혼자 돌고 들어왔다. 그리고 남편한테 “나 그러면 앞으로 진짜 ...”라고 말하는 중간에 남편이 연습장 안 갈 테니 같이 가고 싶은 곳 검색해서 올리라고 한다. 엎드려 절 받는 기분이었다. 내 계획은 어디든 들렸다가 딸아이 집에 가는 게 코스였다.


골프장에서 남들과 에너지를 다 쓴 남편이 소파에서 깊이 잠들어 있다. 거실 창문이 열려 있어서 얇은 담요를 덮어줬다. 어제 이 나이에도 뭘 자기랑 놀려고 하냐고 했었다. 그럼 이 나이에 딴 사람이라도 만나야 하는 거냐는 말이 목구멍까지 나왔었다.


중년부부는 거의 다 이런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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