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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y 06. 2024

To Go


3월에 브런치에 연재하던 열기를 모아 한 출판사에 투고를 했었다. 그때 이메일을 보내면서도 기획안이 조금은 허술하다는 느낌이 있었다. 하루, 이틀, 사흘...일주일, 이주일, 삼 주일이 지나도 거절 메일이 안 왔다. 누군가의 투고 경험기를 읽고서 거절 메일이라도 받아보길 기다렸었다.

백 번 투고해야 한 번은 계약 관련 메일을 받아볼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전투력은커녕 글 쓰는 의욕 자체가 꺾여 버렸다.


내가 이거 출판해서 뭐 하겠나 싶고, 브런치 글동무들이 읽어 줬으면 됐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일상 속에서 글로 움켜잡아야 할 순간들을 하나둘씩 손가락 사이로 흘려 보내왔다. 그리고는 무기력이라는 놈이 찾아와 사그라져 가는 불씨를 꺼뜨려 버릴 것만 같은 상황이 되었다.


관심 있는 분야의 책을 새로 주문해서 비 오는 휴일에 카페에 갔다. <삶이 흔들릴 때 뇌과학을 읽습니다> 이 얼마나 흥미로운 제목인가..그런데 도입부를 넘기지 못하고 집으로 와버렸다. 전기장판 다이얼을 3으로 맞춰놓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타로를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짜증이 났다. 손가락도 몸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정체기에 머물러 있는 내 모습이 싫었다. 머릿속은 잡생각으로 가득 차 있다. 떨쳐 내려는 생각은 오히려 더 그 생각에 집중하게 만든다. 나만의 논리가 있던 생각이었는데..


힐러 언니와 때마침 연락이 되어서 정원이 있는 통창 카페로 갔다. 언니의 새로운 학교 이야기들, 퇴직을 앞두고 있는 언니의 남편 분 이야기, 자매 간의 암투에 가까운 이야기들이 내 정신을 환기시켜 줬다. 현실 세계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자작자작 내리는 비에 초록 나무와 철쭉꽃이 어우러진 정원은 고화질 티비 화면을 보는 것 같았다. 눈이 시원했다.


다시 집으로 왔다.

혼자 있다.

그리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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