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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y 18. 2024

주말 아침


오랜만에 잠을 푹 잤다. 중간에 한 번은 깬 듯도 한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얼마만인가.. 몸이 개운하다. 차가운 아이스라떼로 남아있는 잠의 조각들을 잘게 부숴버렸다. 약간은 신 대추 방울토마토와 달콤한 참외를 먹었다.


백팔십 센티의 거구가 일어나 배고프다고 밥을 차려달라고 한다. 김치콩나물국을 끓이고, 고등어를 굽고, 돈가스를 에어프라이어에 돌렸다. 그 사이에 신선한 오이를 굵은소금으로 박박 문질러 닦은 후 조각조각 잘라 접시에 담았다. 노오란 알배추도 썰어 내고, 쌈장을 덜어 담고 열무 물김치와 볶은 배추김치를 꺼낸 후 남편을 불렀다. 남편이 밥을 먹는 사이에 그의 커피를 만들어 식탁 위에 놓아두었다.

요즘 여기저기 국내외에서 터지는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회사를 운영하는 입장에서 스트레스로 잇몸에서 자주 피가 나고 있다. 갑자기 국정 운영으로 치아가 몇 개가 빠져서 임플란트를 또 몇 개 해 넣었었다는 전직 대통령이 생각이 났다. 얼마나 심적 압박이 심했으면 이가 다 빠졌을까 싶다.


요즘 남편은 내 수면의 질에 신경을 좀 써주고 있다. 잘 때 별이를 꼭 후크 달린 조끼를 입혀 켄널 줄에 묶어놔서 한 시간마다 내 방문을 못 두드리게 하고 있다. 새벽잠도 더 자라고 '새벽밥'을 고집하지도 않아서 요즘 내 기상시간은 네시 반에서 다섯 시  반으로 바뀌었다. 미안한 마음에 일어나자마자 에스프레쏘 머신을 켜서 커피만 겨우 만들어 주고 있다.


나에게도 남편에게도 "측은지심“이라는 게 조금씩 생기고 있는 것 같다. 전쟁 같았던 지난 십 년의 상처들이 조금씩 아물어 가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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