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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y 18. 2024

시어머니의 사랑


오늘 오랜만에 시부모님을 뵙고 식사 대접을 하고 왔다. 시아버지는 젊으셨을 때 막장 드라마 소재로 쓰일 법한 행동들을 많이 하셨기에 시어머니의 속을 많이도 썩였다고 들었었다. 그래서 남편을 포함하는 세 자식들에게는 애증의 대상이셨다. 아버님은 시어머니 보다 한 살 적은 연세임에도 기력이 많이 쇠하신 상태다. 당뇨로 인해 한쪽 눈의 시력이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 정기 검진을 게을리한 탓에 한 달 전에 다른 쪽 눈의 녹내장과 백내장 증상이 심해져 수술을 받게 되셨다. 그 당시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효녀 시누이와 통화를 하게 되었는데, 아버님이 시력을 완전히 잃으실까 봐 시누이는 울먹울먹 하고 있었다. 다행히 수술은 잘 되었고 경과도 좋아서 한쪽 눈의 시력이 잘 나오게 되었다.


애증의 ‘애’ 보다도 ‘증’이 더 많았던 남편은 그때 이후로 아버님께 연민을 깊게 느끼게 된 것 같았다. 중년에 접어 들어서는 명절과 생신, 드물게 있는 가족 모임 외에는 생전 시부모님 뵈러 안 갔었는데, 혼자 퇴근길에 시부모님 댁에 들려 아버님 상태를 살피고 집에 오곤 한다.


오늘 식사 자리에서 시어머니가 아버님 옆자리에서 앞치마며 반찬이며 이것저것 챙겨드리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약간의 경사로 부분이 있었는데, 어머님이 아버님 손을 꼭 잡아 길을 인도해 주시는 모습도 뒤에서 지켜보게 되었다. 아버님의 뒷모습은 엉덩이와 허벅지의 근육이 다 빠져서 뼈만 앙상한 듯 보였다. 오히려 어머님이 아버님 보다 십 년은 더 젊어 보이셨다. 그렇게 잘 챙겨드리는 어머님에게 아버님은 잔소리를 늘어놓곤 하신다. 그 잔소리를 들은 남편은 집에 돌아오는 길에 “영감탱이, 엄마한테 잔소리를 왜 그리 하냐고”라고 혼자서 불만을 쏟아내곤 한다.


팔십 대 중반을 넘기신 어머님의 아버님에 대한 마음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본다. 내가 가진 단어들로는 표현하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마음도 또한 헤아리기가 어렵다.

내 나이에서 삼십여 년을 넘게 살게 되면 그때서야 어렴풋이 짐작이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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