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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May 16. 2024

평화로운 아침


딸아이가 와 있다. 두 달만이다. 화요일 수업을 끝내고 내가 데리고 왔다. 학교 시간표상 목요일까지 수업이 있는데, 수요일은 공휴일이고, 목요일은 자체 휴강을 하시겠다고 해서 데려왔다. 화요일 밤부터 그간에 못 만났던 동네 친구들과 남자친구와의 약속이 줄줄이 있었다.

시험 보랴, 실습하랴, 지역 축제 알바 하느라고 팔다리가 더 가늘어져 있었다. 식후마다 챙겨 먹어야만 하는 약들이 있는데, 보아하니 잘 안 먹는 것 같았다. 약에 대해 물어보니 역시나 회피성 대답을 한다. 나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서 잔소리 겸 야단을 쳤다. "네 목숨줄이다 생각하고 약 챙겨 먹으라고. 음식을 먹으면 뭐 하냐고. 영양소가 흡수가 안되는데!" 평소 같으면 특유의 깐족이는 표정을 지었을 텐데, 내 표현이 비수가 되었는지 조용히 “네~”라고만 대답을 한다.


베이킹 실습 때마다 뜨거운 오븐에 팔과 손 여기저기를 데어와서 흉터 투성이다. 데인 자국을 볼 때마다 적성이고 재능이고 다 무시하고 싶어 진다. 팔에 상처가 하나씩 늘어갈 때마다 내 마음에도 생채기가 하나씩 늘어난다. 체력을 생각해서도 현장 실무직은 오래 못 버틸 것 같았다. 옵션을 다양하게 만들기 위해 편입시험을 알아보라고 해놨다.


장거리 운전에 대한 부담감이 없는 목요일 아침이다. 피아노 곡을 틀어놓고 라떼를 마시며 브런치를 읽다가, 어느 작가님의 '질보다는 양! 형편없는 글 쓰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글을 읽고서 끄적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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