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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l 13. 2024

두 개의 자아


처음부터 그렇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꼬이고 비틀어진 관계가 있었다. 한 번은 끝이 난 관계였지만 나는 늘 과거 속에 머물러 있었다. 과거의 그 환영을 붙들고서 나한테 도대체 무슨 짖을 한 거냐고 문득문득 원망을 했었다.

거의 모든 기억이 의식에서 사라질 즈음에 SNS에 다시 나타난 그 사람의 겉모습은 온라인 세상에서 인기인이 되어 있었다. 나는 홀린 듯이 그 세상으로 빨려 들어갔다. 현실 세계에서의 나와 온라인 세계에서의 내가 분리가 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몇 주가 흘러가고 어젯밤에서야 거울 속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하고 행동하는 순서가 뒤집혀 있었다. 일단 행동하고 그 행동을 정당화하기 바빴다.

나 자신이 한심하게 여겨졌다.

'이건 내가 아니다'라고 부인해 봤지만 '그건 나였다'

뭐 하나에 꽂히면 아무것도 안 보인다지만 이거는 가도 한참을 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몸은 현실 세계에 있고 정신은 온라인 세계의 흐름에 팽개쳐져 있었다. 소용돌이 속으로 형체 없이 이리저리 흐물흐물 녹아버린 내 정신을 긴 젓가락으로 건져 올려봤다. 여전히 젓가락 사이에서 축 늘어져 있지만 이제라도 건져 올리게 돼서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들었다. 하마터면 녹아 없어질 뻔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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