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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l 18. 2024

여름 선물


새벽 다섯 시 반. 물폭탄이 쏟아진다. 뒷베란다 배수구에 물 내려가는 소리가 심상치 않다. "쿨럭쿨럭 콰르르르" 이러다  배수구 빗물이 역류하는 거 아닐까 싶을 정도다.

거실 바닥이 습기로 가득한 게 눈에도 보인다. 앞뒤 창문과 문을 닫고 에어컨을 틀었다. 습한 냄새와 축축한 느낌이 금세 날라가고 뽀송뽀송한 느낌이 든다.

잠시 소강상태이던 비가 다시 내리치기 시작한다. 이 시간에 밖으로 나가야 하는 사람들에겐 곤욕이겠지만, 은근한 조명 아래서 아이스 라떼를 마시며 장대비 소리를 듣는 나는 뭔가 속이 후련하고 시원하다. 뭉쳐있던 실타래가 조금씩 풀리면서 헐거워지고 곧 다 풀릴 것만 같다.


학생수가 반토막이 난 학교의 마지막 수업일이다. 정으로 유지해 오던 곳이었지만 이제 그만 마무리를 할 때가 되었다고 판단해서 미리 담당 선생님께 얘기를 해 놨었다. 화, 목은 이제 내 시간이 생기게 된다. 미뤄뒀던 집안 일도 좀 하고, 딸아이도 좀 더 챙길 수 있게 되고, 내 개인 시간도 더 생기게 되었다. 그동안 꼼짝도 못 했는데, 맛있는 커피도 좀 마시러 다녀야겠다. 어른 사람들도 좀 만나러 다녀야겠고.


이 아침에 왜 이렇게 가슴이 붕 떠서 설레기까지 하는지..

쏟아지는 빗줄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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