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otlionheart Jul 26. 2024

비 오는 날 차사고


"꽝" 소리와 함께 나는 운전대를 놓치지 않으려고 꽉 움켜잡았다.

비 오는 날 3차 병원에서 딸아이 뇌 mri를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이었다. 차를 코너에 세웠지만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내 앞에 차를 세운 상대방도 차 안에서 한동안 꼼짝 않고 나오지를 않았다.

거의 동시에 나와 상대방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다. 나보다 좀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여성분이 나오셨다. 우리는 빗방울을 맞으며 얘기를 놔눴다. 내가 직진차선에서 갑자기 좌회전을 해서 왼쪽의 좌회전 차량과 부딪힌 거라고 했다.

‘그럴 리가..  나는 분명히 직진과 좌회전이 동시에 되는 차선에 있었는데..'


우리는 서로의 보험사 직원을 부르고 일단 비를 피해 차 안에서 기다리자고 했다. 십여 분 후에 내 보험사 직원이 도착했다.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난 분명히 좌회전 가능한 차선에 있었던 것 같은데..”

보험사 직원은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확인하면 바로 알 수 있다며, 메모리 카드를 블랙박스에서 빼서 자신의 핸드폰에 연결하여 화면을 띄었다. 아..화면 속에서 나는 직진 차선에 있었는데, 죄회전을 해버린 것이 확인되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차가 좌회전이 되는 옆차선에 있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차에서 내려 상대방 운전자에게 다가갔다. “제가 집은 **인데요, 애가 뇌하수체선종이 있어서 분당***병원에서 mri찍고 오는 길이었는데 정신을 놓고 운전을 했나 봐요... 차선을 착각했어요.” “놀라셨죠..죄송하다고..” 말을 이어나가면서 울먹이던 나는 울음이 터져버렸다. 울고 있는 나를 그분은 부드럽게 안아주면서 본인도 놀라긴 했지만 나도 많이 놀랬겠다고 하시면서 오히려 나를 위로해 주셨다. 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며 “남편이 일 때문에 오늘 해외에 나가는 날인데 비행기는 탔나 모르겠다고” 횡설수설 말을 이어갔다.

이 여성분은 처음 차에서 내렸을 때 나와 얘기를 나눈 후 먼저 남편분에게 전화를 걸어 보험사가 어디냐고 물었었다. 반면에 나는 보험사에 먼저 전화를 걸었었다. 남편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고 며칠 없는 거였는데 그 순간이 좀 서러웠었다.


내 차는 공업사에서 며칠 수리를 해야 되게 돼서 렌트카를 받고 집으로 돌아왔다. 뒷목이 아프다는 딸아이를 데리고 정형외과에 가서 검사를 하고, 골반통이 있는 나도 검사를 했다.

보험사에서 여러 차례 전화가 왔다. 상대방 차량이 수입차라서 수리비가 많이 나올 거라고 하고, 그분도 병원 검사받으러 가셨다고. 다음번 보험갱신 때 보험료 할증이 많이 될 거라고도 했다.


집에 와서도 사고 당시의 “꽝” 하는 소리와 장면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피곤해서 초저녁에 잠깐 잠이 들었었는데, 일어나 보니 긴장도 좀 풀렸고 사고장면도 덜 떠올랐다.


오늘 물어보니 딸아이는 아픈 곳이 없다고 한다. 이만하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푼수같이 사고 내고 우는 나를 위로해 주신 그 여성분에게도 감사한 마음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별이 미용하는 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