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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Jul 23. 2024

별이 미용하는 날



별이는 예쁘다. 미용을 더 자주 해주고, 털을 매일 빗질해 준다면 미모 권태기도 없을 것이다. 단골 애견 미용샾이 한 달 전에 이미 예약이 꽉 차서 새로운 곳에서 미용을 하게 되었다.


처음에 멋모르고 동네 가까운 샾에서 일 년 넘게 미용을 시켰었다. 차에서 내려 별이를 안고 미용샾으로 걸어갈 때면, 샾이 가까워질수록 별이는 바들바들 몸을 떨었었다. 이상하게 여겨져서 그 미용샾을 이용하는 다른 엄마한테 물어보니 자기네 아이(반려견)도 거기만 가면 덜덜 떨고, 갔다 와서도  구석이나 의자 밑에 숨어 있는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래도 미용사가 강아지를 때리면서 미용하는 게 아닐까 의심을 하게 되었고, 그 미용샾을 더 이상 다니지 않게 되었다.


가격도 덜 비싸고 좋은 미용사를 찾기 위해 동네 강아지 엄마들에게 수소문도 해 보고, 인터넷 후기도 찾아봐서 지금의 단골 샾을 다니게 되었다. 첫날은 미용실 앞에서 또 덜덜 떨었었는데, 미용이 끝난 후 데리러 갔더니 별이가 기분도 좋아 보였고, 미용사와도 친해 보였다. 두 번째로 미용샾에 갈 때부터는 별이는 떨지 않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미용 전후로 별이는 안정되어 보였다.


오늘 새로운 미용샾에 안고 들어 가는데 또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낯선 미용사가 털 여기저기를 만져보는 동안 별이의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에고..트라우마 이런 게 있었나 보다' 싶었다.

순한 인상의 미용사를 믿어보며 발길을 돌려 카페에서 두 시간 반을 기다렸다. 십 분 후에 데리러 오라는 전화를 받고서 별이 상태가 어떨까 궁금 반 걱정 반이었다.

미용샾에 들어서자 미모를 장착한 별이가 꼬리를 흔들며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나를 반겼다. 차에 태워 데리고 오면서 신호대기 중에 별이 상태를 살펴보니 별일은 없어 보였다. 집에 와서도 구석에 숨지 않고 이리저리 오가며 잘 놀고 있다. 다행이었다.


좀 전에 미용샾에서 별이 사진을 보내줬다. 별이에게 귀여운 턱받이를 해주고 포토존에서 사진을 네 장 찍어서 보내줬다. 미용사가 정성을 들여 털도 깎고 사진도 찍은 듯 보였다.


털이 엉켜서 미용하기 까다로웠을 텐데 별이를 조심히 다뤄준 것 같아서 고마웠다.

미용하느라 피곤했던 별이는 벌써부터 곯아떨어져 자고 있다.

예쁜 별이..좋은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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