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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의 졸업식

by hotlionheart



안상현 작가님의 <특별한 글은 평범한 일상에서 나온다>라는 글을 읽고서, 저의 평범한 일상을 다시 글로 옮기고자 합니다.


https://brunch.co.kr/@ansang/1786



딸아이의 졸업식


딸아이의 졸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아이가 특별히 주문 요청을 한 대형 꽃다발을 차 트렁크에 싣고서 우리 셋은 딸의 학교로 향했다.

시험 기간과 졸업 작품 준비 기간을 제외하고는 2년 동안 매주 목요일에 딸아이를 데리러 갔었다. 가는 길이 눈에 익숙했다. 수업을 했었던 초등학교에서 소문이 자자했던 고학년 남학생 두 명에게 시달리다가 딸아이를 데리러 차에 딱 올라타는 순간 무거운 감정이 휘발되고, 고속도로를 신나게 달렸던 어떤 날도 기억이 났다.


학교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교정을 둘러보니 학부모로서의 눈에는 안 차는 학교였지만, 엄마의 눈에는 이 학교의 제과제빵학과를 입학하게 되고 졸업까지 해낸 아이가 대견했다.


졸업식이 진행되는 대강당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향했다. 진행 요원들이 핫팩과 함께 졸업식순이 쓰여진 팜플랫을 나눠줬다. 남편과 나는 일층 중간쯤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남편이 핫팩을 뜯고 흔들어 핫팩의 발열이 시작될 때쯤에, 나는 “이거 나 줘”라고 웃으면서 핫팩을 뺏어왔다. 코트 주머니에 핫팩을 넣어두니 뭉근한 따뜻함이 몸에 전해져 왔다.


학사모와 졸업가운을 입고 친구들과 앞쪽에 앉은 딸아이에게 잠깐 가보니 집에서와는 달리 친구들과 조잘조잘 대면서 연신 함박웃음을 짓고 있었다. 졸업식에 가네 마네 하더니만 막상 와서 함께 고생했던 과 친구들을 만나니 반가웠나 보다.

우리 때의 졸업식을 떠올리며 총장님 연설이 길면 어쩌나 했었는데, 사회자의 총알 멘트에 따라 졸업식이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었고, 총장님 연설도 짧고 간결했다. 식이 끝나고 총장님과 교수님들은 거의 반 뛰다시피 퇴장을 하셨다. X 세대 학부모와 Z 세대 학생들을 위한 맞춤 졸업식이었다.


강당 밖으로 나와 친구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딸아이 사진을 몇 장 찍었다. 그나마 졸업식이라고 자기 사진이라도 찍게 해 주니 몇 년 만에 대놓고 딸아이 사진을 찍어봤다. 아이 친구에게 부탁해서 우리 세 식구 사진도 한 장 찍었다.


그 지역에서 유명한 회전초밥집으로 이동해서 이십만 원어치 접시를 해치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식곤증으로 차에서 나랑 딸아이는 오는 내내 잤는데, 집에 들어와서도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 자기 시작했다. 나와 남편은 중간에 깨서 별이 저녁밥도 주고, 식사 대신 간식으로 저녁을 때우고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딸아이는 아직도 자고 있다. 아이는 올해 학사편입 시험을 보기 위해서 2월부터 편입학원을 다니면서 온라인 학점제 수업을 듣고 있다. 내 방 바로 앞에 있는 딸아이 방문을 열었을 때, 문 옆에 바로 보이는 컴퓨터 책상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딸의 모습을 보면 어찌나 뿌듯한 지 모르겠다.


며칠 전에 아이를 학원에서 데리고 오는데, 갑자기 꺼낸 말이 자기 고 3 때 삼 개월 수능 공부하고서 수학은 9등급, 영어는 3등급, 한국사는 1등급 받았었다고 했다. 수능을 봤다는 것도 기억이 안 났었고, 굳이 수능 점수를 물어보지도 않았었기에 그 말을 듣고 좀 놀랐었다. 고슴도치 엄마라서 그렇기는 하지만 참 똑똑한 아이였는데, 짠한 마음이 들었다.


그 어느 때 보다도 건강한 한 해를 보내면서 시험 준비 잘 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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