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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끓여주는 갈비탕

by hotlionheart


노는 일상에서 공부하는 일상으로 생활 리듬이 바뀌어서 그런지 딸아이는 요즘 다시 잠을 잘 못 자고 있다. 침대에 누운 지 두 시간이 지나야 겨우 잠들었다가 중간에 한 번씩 깨어나니 아침에 일어나는 것이 힘들어 보인다. 오늘도 반쯤 감은 눈으로 아침밥을 대충 먹었다.


오전 열 시부터 오후 다섯 시 반까지 학원 교실에 앉아 안 하던 공부를 하려니 더 힘든 것 같았다. 하원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가서 '오늘은 어땠는지' 차 안에서 물어보면 어떤 날은 점심을 안 먹고 교실에서 엎드려 자거나, 점심밥을 먹은 날은 모자란 잠을 보충 못해서 수업 시간에 졸았다고 했다. 눈밑에 갈색의 다크 써클이 점점 진해지고 있다.


아침에 학원 앞에 아이를 내려주고 오면서 오늘 저녁은 갈비탕을 끓여줘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미용실 뿌리염색이 한 시에 예약되어 있으니 갔다 와서 장보고 만들면 되겠거니 하면서, 내 손가락은 교육청 구인 파트로 자연스럽게 들어갔다.

오늘 오후 한 시까지 마감인 학교 공고가 보였다. 그때 시간이 열두 시 삼 분. 일단 미용실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세 시로 미뤘다. 그리고 공지가 올라온 학교의 서류를 다운 받고 이력서, 운영 제안서, 자기소개서 등등을 이전에 만들어 놓은 파일에서 열심히 복사해서 붙여나갔다. 자기소개서에 쓴 지원 학교 이름도 바꾸어 입력하고 12시 33분에 메일을 전송했다. 아..그런데 제일 중요한 교재비를 안 쓴 게 생각이 났다. 담당자에게 전화를 할까 하다가, ‘채용할 생각이 있으면 전화가 오거나 면접 때 물어보겠지’ 하고 말았다.


갈비탕 레서피를 검색해서 몇 가지 읽어 보고 백종원 레서피를 선택해서 응용하기로 했다. 집 앞 슈퍼에 가서 미국산 갈비 2.7kg과 대파, 양파를 사 왔다. 나머지 재료인 청주, 다시마, 무는 집에 있는 걸 쓰기로 했다. 냉동갈비를 스텐볼에 넣고 찬물에 잠기게 해서 해동 겸 핏물 빼기를 두 세 차례 해줬다.


어느새 미용실 갈 시간이 되었다. 오늘은 아이가 일찍 끝난다고 네 시 반까지 데리러 오라고 했기에, 미용실에서 염색 후 두피만 드라이로 말려달라고 하고 서둘러서 학원으로 향했다.


딸아이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후 본격적으로 갈비탕 만들기에 들어갔다.


핏물 뺀 갈비를 오 분 동안 끓인 후 찬물에 헹구어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위로 과한 지방은 잘라줬다.

웍과 냄비에 갈비를 나눠 담고, 무, 양파, 대파, 다시마를 넣고 찬 물을 부어 강불에서 사십 분간 끓였다. 다시마는 끈적해지기 전에 물이 끓고 나서 십 분 후에 건져줬다. 끓이는 동안 탕 위에 뜨는 불순물을 계속 건져내 버렸다. 사십 분 후 양파, 대파를 건져냈다. 찬물을 보충해서 다시 삼십 분 동안 끓여줬다. 그 사이에 간 마늘과 국간장, 멸치액젓으로 간을 해줬다.

갈비와 탕국물을 그릇에 담고, 무를 건져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 그릇에 담았다. 마지막으로 대파를 썰어 갈비탕 위에 얹어 놓고 딸아이를 불렀다.


뜨끈한 갈비탕과 잡곡밥, 그리고 잘 익은 배추김치가 오늘 저녁 메뉴다.



그리고 내 다리는 후들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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