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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정기 검진일

by hotlionheart


삼 개월마다 돌아오는 엄마의 신경과 검진일이 돌아왔다. 이번에는 일 년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받는 인지기능 검사가 추가되어 있었다. 이번 주에 검사를 받고 다음 주에 검사 결과를 보고, 복용하는 약을 타는 일정이었다.


검사 시간이 오후 한 시 십 분으로 잡혀 있어서 아침부터 서두르지 않아도 돼서 부담이 덜 되었다. 진료는 보통 아침 아홉 시에 잡혀서 머리라도 감고 집에서 나가려면 부지런을 떨어야 된다.

부모님 댁에 가서 엄마를 모시고 병원으로 가서 주차를 완료하기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린다. 주차장에서 병원 본관 건물은 가까운 편이지만, 다리에 힘이 없고 허리가 구부러져 지팡이를 짚고 걷는 엄마를 부축하고 가기에는 시간이 더디 가고 나도 힘이 부친다.


이번에는 오른쪽 팔로 부축하다가 어깨가 빠질 듯이 아파서 왼쪽 팔로 바꿔 부축해 가며, 본관 접수대에 더 힘들게 도착했다. 지난번 보다 엄마가 더 못 걷고 있었고, 더 기운이 빠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접수를 하고 검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어서 병원 식당으로 이동해서 미역국을 시켜 먹었다. 삼십 분이면 충분히 식사를 마칠 수 있을 거라 예상했었는데, 주문이 밀려 있었고, 엄마의 식사 속도가 생각보다 느렸다. 그때 아빠에게서 전화가 왔다. 검사실에서 환자를 찾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고 했다. 양치를 꼭 하고 검사실로 가겠다는 엄마를 시간이 늦었으니 검사를 하고 나서 양치를 하자고 설득하면서 검사실로 향했다.


검사 진행자는 인지검사는 한 시간 반 정도 걸릴 거라면서 나는 대기실에 있으라고 하고 엄마와 함께 검사실로 들어갔다.

오 분도 안되어서 엄마는 양치 세트를 들고 검사실 밖으로 나와 맞은편 화장실로 들어갔다. 오 분, 십 분이 지나자 검사 진행자가 나와서는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하면서, 화장실에 가서 엄마를 모셔 오라고 했다. 이런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라서 나는 "얘기해도 절대 안 듣기 때문에 소용이 없다"라고 침착하게 대답을 하고 핸드폰으로 눈길을 돌려버렸다. 오 분이 더 지나서야 엄마는 화장실에서 나와 검사실 안으로 들어갔다.


한 시간 반의 검사가 끝나고 엄마는 대기실로 내보내지고, 보호자로 따라간 나를 안으로 들어오게 해서 여러 가지 질문지 질문을 했다. 따로 살고 있는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은 매우 제한적이어서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 진행자를 바꿔줬다.


긴 일정을 마치고 엄마를 다시 부축해서 주차장으로 이동했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야외 주차장 건물 계단을 한 층 같이 올라가는 것은 내려오는 것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엄마는 중심을 잃을 듯 말 듯한 걸음걸이로 내 차에 다가가 겨우 차에 올라탔다.


부모님 댁으로 운전을 하는 길은 차량 정체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앞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빛이 눈이 부셨다. 신호 대기 중에 옆에 앉은 엄마를 쳐다봤다. 검사가 힘들었는지 엄마는 잠이 들어 있었다. 안전벨트를 했음에도 엄마의 몸은 앞으로 반 정도 접혀 있었다. 구순이 머지않은 엄마의 얼굴은 고목나무 껍질처럼 주름이 깊게 패여 있었고, 군데군데 검버섯이 피어 있었다.

이 모습이 내 미래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하니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지금 엄마의 모습과 기력으로 사는 노년의 일상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니 끔찍하게 느껴졌다. 가는 시간을 막을 수도 없고, 나는 그 시간을 담대하게 받아들일 수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가 되면 매일이 우울하고 상심하는 나날의 연속일 것 같았다.


명랑하고 쾌활한 할머니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 보면 좀 나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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