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2월은 학교와 학원에 이력서를 보내고, 운 좋으면 면접까지 보게 되었던 날들의 연속이었다.
학원은 세 곳에서 면접을 봤으나 결과가 좋지 않았고, 이후 이력서를 넣었던 학원들에서는 연락조차 오지 않았다. 학원에서는 학교 경력보다는 학원에서의 경험을 중요시 여기는 모양이었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아예 연락이 안 오거나 면접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셨다.
2월 마지막 주 목요일 이른 아침에 알바몬에서 방과후업체의 영어강사 구인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다. 아침 8시 20분에 담당자에게 문의 사항을 문자로 보내면서, ‘너무 이른 시간에 문자를 보내는 건가?’, ‘아니야. 괜찮아. 다른 사람이 이 자리 채가면 어떡해’, ‘이게 막차가 될 거야’ 이런 생각들을 했었다.
담당자에게서 바로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문자가 와서 이메일로 이력서를 보냈고, 오 분 후에 전화가 왔다. 강사료와 사용하는 교재 등을 물어보니, 강사료도 적당했고 교재도 내가 삼 년 동안 가르치던 교재를 쓴다고 했다. 나는 먼저 나서서 마침 오늘 시간이 비니 면접을 보자고 청했다. 그렇게 면접이 잡혔다. 전화를 끊고 ‘내가 이렇게까지 적극적인 사람이었나?’ 싶었다.
오후 세 시에 업체 사무실에 도착했다. 건물에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 꼭대기까지 헉헉대며 올라갔다.
연세가 지긋한 이사님이 면접실로 들어오셨다. 지원자가 한 명 더 있었는데, 그분은 학원 경력만 있으셔서 나를 선택하셨다고 했다. 역시 학교는 학교 경력을, 학원은 학원 경력을 중요시하기에 교차지원은 고용까지 가기엔 어려운 현실인가 보다. 다음 주가 개학인데도 이 업체는 막판까지 영어 강사를 못 구해서 애를 먹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수요일 저녁때 알바몬에 구인 공고를 냈었다고 한다.
수업은 월, 수, 금, 하루에 세 타임씩이라고 했다. 기존에 수업을 하셨던 강사님은 미국에서 사시던 분이셨는데, 한 일 년 한국에 나와 계시면서 이 업체와 함께 일을 하셨다고 한다. 연세도 예순을 넘기신 분이라서 그런지 손주벌 같은 학생들을 많이 예뻐했고, 재미있게 가르치셨다고 했다.
내 수업 스타일을 설명을 하니 학부모님들이 숙제 검사하면 스트레스 받는다고 하시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지 말고 수업을 즐겁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럼 나도 홀가분하게 수업을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에 막차를 타게 되었다.
건강검진을 포함해서 학교에 제출해야 하는 16종류 서류를 만들고 보내느라 정신이 없는 데다가, 딸아이 학원 라이딩까지 하느라 바쁜 나날이었다.
거기에 올해 한 가지 목표를 더 세웠다. 4년여간 해왔던 회화앱이 기간 만료가 되었다. 그동안 수십 명의 미국인과 영국인 선생들과 수업을 해 왔지만, 내가 원하는 하이 레벨 잉글리쉬가 되기에는 뭔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봤다. 내 경험상 회화 학원은 시간도 짧고 대화의 깊이가 깊지 않았다.
그래서 학원은 아니되, 레벨별로 모아 스터디 그룹으로 운영하는 곳을 찾았다. 내가 원하는 반은 화, 목 저녁 8시부터 10까지 수업을 한다. 내 체력이 과연 가능할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 일 년 코스를 등록하려고 한다. 물론 결제 전에 시범 수업을 요청해 놓은 상태다.
수강접수 결과도 만족스럽게 나왔다.
이제 다음 주부터 신나게 달려보련다.
가슴이 콩닥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