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

by hotlionheart


글루틴 2일 차 주제는 낙엽이다.


식물의 입장에서 보자면 가을에 떨어진 온도와 습도로부터 나무를 지키기 위해, 단풍잎이 되고 이어서,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낙엽이 된다.

단풍잎의 색이 엽록소에 가려졌었던 원래의 나뭇잎 색이라고 하니 자연의 세계는 참 신기하다.


이런 자연 현상 뒤에 깔려있는 과학원리가 재미있어서 학창 시절에 물리 빼고 생물, 화학, 지구과학을 재미있어하면서 달달 외웠었었다.


이맘때쯤에는 우리 동네 산책로는 색을 특정하기 어려운 알록달록한 단풍잎과 노랑 은행잎들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으면서도, 바닥에는 붉은색과 갈색 낙엽들, 노란색 은행 낙엽들이 해진 융단처럼 듬성듬성 깔려있게 된다.


지금 시기가 밝은 빛을 뿜어 내면서도 쓸쓸한 분위기를 동시에 자아내는, 가장 예쁜 사진을 건질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루하루가 드라마틱하게 변화하기 때문에 매일 산책을 나가야 작품 사진을 건질 수가 있다.


늦가을 비가 내리고 나면 푹신한 갈색 낙엽이 두툼하게 깔리게 되는데, 물 먹은 잎들을 밟으면서 앞으로 나아갈 때는 진하고 축축한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일기예보를 검색해 보니 오늘 당장 비 예보가 있고, 일요일에 비 올 확률이 90프로인 걸 보니 그날이 길에 두툼한 융단이 깔리는 날이 될 듯하다.


가을비가 지나가고 서늘하고 건조한 시기가 오면 젖은 융단은 바짝 마르게 되어 걸음걸이에 맞춰 서걱서걱 큰 소리를 내게 된다. 그때가 되면 누구라도 그 길을 걷는 사람은 마른 낙엽을 밟는 재미와 함께 가을 특유의 쓸쓸함, 이렇게 또 한 해가 다 갔다는 허무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계절의 온도와 습도의 변화로 느끼게 되는 이러한 감정들은 아무 생각이 안나는 추운 겨울로 넘어가기 전에, 한 해를 미리 뒤돌아 보며 마무리하게 해주는 필수적인 단계라는 생각이 든다.


쓸쓸함과 허무함이 주는 선순환(virtuous circle)이랄까..



#글루틴 #팀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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