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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Nov 21. 2023

<속이 무척이나 상한다>


가르치는 곳에 남학생 두 명이 있다. 이제 겨우 열한 살이다. 한 명은 조손가정이고, 다른 한 명은 중국 동포 가정이다. 할머니가 키우는 아이의 상황을 알고 나서는 안쓰럽기도 해서, 저학년 반의 동생도 같이 살뜰히 챙겨주곤 했었다.


사랑만 더해주면 그 아이의 비뚤어진 모습을 어느 정도는 다듬어지게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일 학기 때도 이 두 명 때문에 참 힘들었었지만, 이학기에 또 신청을 했길래 잠깐 고민을 했었다. 고학년 반은 기준 인원 미달로 폐강을 해도 됐었지만, 가르치던 아이들이기도 하고.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 보다 몸과 마음이 한순간에 자라기도 해서 한 번 더 가르쳐 보자는 생각으로 반을 유지해 왔었다.


도저히 수업 진행이 안 되는 상황이 지속되었고, 어느 날은 쌍욕이 난무하고. 학교 측에 담당 선생님을 통해 학생의 수업 방해 행동과 폭언 등이 있을 시, 반을 폐강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해서 받아들여졌었고. 각 학생들의 담임 선생님들이 나서 주셔서 학부모님께 아이들 지도를 부탁드린 후에는 조금 나아지는 듯했었다.


오늘은 유난히 한 아이가 쿵쾅거리고, 다른 아이와 주거니 받거니 수업 방해 행동을 하다가 여학생 한 명에게 쌍욕까지 했다. 주의를 줘도 그때 잠깐 자제하는 듯하다가 또다시 교실을 엉망진창 분위기로 만들고.


자괴감이 쎄게 드는 날이다. 집에 와서 넋 놓고 앉아있는데, 눈물이 고인다.

돈을 떠나서 가르치는 일이 보람이 제일 컸고, 저학년 아이들이 점점 기초가 탄탄해져 가고 내 수업을 즐기고 있다는 게 눈에 보여서 즐겁다.


담당 선생님께 상담 전화를 요청해 놓았다.


교실을 종횡무진하며, 책상에 드러눕고, 욕 뉘앙스의 단어를 주고받으며 손가락 모양까지 만드는 학생들.. 아이들로 보이지 않는다. 자기네들이 하는 행동과 말이 어떠한 것인지 정확하게 알고 있는 나이이다.


심장이 돌덩이가 되는 느낌이다. 누군가 내 심장을 쥐어짜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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