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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tlionheart Nov 23. 2023

<다시 또 목요일>


수업을 마치고 딸아이 집에 왔다.


아이가 해놓은 반찬에 밥을 먹었다. 나는 자취생 반찬 털어먹는 엄마다. 오뎅볶음이 왜 이리 맛있는지.. 요리는 뭐든지 나보다 잘한다. 우리 할머니와 언니를 닮았나 보다. 나에게는 미각과 요리 유전자가 건너오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전기담요가 켜진 침대에 소처럼 누워 창문 블라인드를 살짝 올려봤다. 하늘색 하늘에 움직이지 않는 흰 구름들이 박혀있다. 구름과 구름 연결 부위가 떨어져 있는 듯도 보이고, 연결되어 있는 듯도 보여서 단수로 ‘구름’이라고 해야겠다.


상체를 조금 일으켜 고개를 창으로 삐쭉 올려다보니 이름 모를 야트막한 산이 보인다. 주변은 고요하고, 배는 부르고.. 심신이 안정이 된다. 여기 꼭 펜션 같다.


식탁에서는 딸아이가 미역국에 밥 말아먹는 소리가 들린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달그락거리는 상치우는 소리가 나고.


곧바로 침대옆으로 와서는 빨리 자리 빼달라고 해서 나는 징징대며 식탁 의자로 옮겨 앉았다.


저녁 시간에 학교에서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밤 열 시가 되어야 우리 집으로 출발을 할 수가 있다.

기다리는 동안 설거지도 하고, 길 건너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도 사 먹고, 잠도 좀 자보려고 한다.


식탁에 앉아 있으니 냉장고 모터 소리가 들린다. 이렇게 쓰자마자 모터 소리가 딱 멈춘다.


다시 고요함 속으로 들어간다.


오늘이 목요일이어서 좋다.




#글루틴  #팀라이트

(글루틴 열여섯 번째 주제는 아스팔트.. 도저히 쓸 수가 없어서 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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