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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경 Nov 04. 2017

관계에서 가장 낭비가 심한 행동은 금물이다.

상대의 마음을 알기 위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지 마라.

어떤 이를 좋아하고 관심이나 호감을 갖는다는 것은 남녀에게 있어서 가장 자연스럽고 건강하다는 신호이다. 젊은 20대들은 대학이나 사회에 나오면서 학생 때와는 달리 자유로워진 자신의 삶을 좀 더 의미 있게 쓰기 위해 경험이나 생각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연애도 그중 하나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호감이 생기고 그 사람을 위해서 뭘 하면 좋을까 하는 행복한 고민을 할 때, 다들 한 번씩은 경험하는 실수가 있다. 그것은 바로 상대의 행동에 따른 가상 시나리오 쓰기(혹은 상상하기).


누군가 좋아하는 이가 생겼다. 행운처럼 찾아온 계기로 연락도 하게 되었고 종종 톡도 주고받고 학교나 알바 장소던 도서관이던 종종 마주치면서 자판기 커피든 생수든 나눠 마시며 조금씩 친해지는 듯하다. 그런데 어느 날 잘 연락하던 그(그녀)가 한동안 연락이 안 된다. 그것도 예고도 없이 갑작스럽게 뚝. 이럴 때 마음을 주고 쏟는 입장에선 완전 멘붕이다. 너덜너덜해진 멘탈을 겨우 붙잡고서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 코스프레를 하면서 어디서 무한대로 나오는지 모를 눈물 콧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한다. 그러고선 시작되는 시나리오 쓰기. 밤을 새 가며 그(그녀)가 왜 나에게 연락을 안 하는지에 대한 가상의 답변을 추려낸다. 비장한 정신으로 무슨 이야기를 하던지 다 받아주마 하며 상대에게 다가가지만 정작 돌아오는 반응은 아무것도 아니었던 이유 혹은 나만의 엄청난 착각. 이젠 쪽이 너무 팔려서 썸조차 진행 불가 위기다. 아.. 이 사태를 어찌할 것이더냐.


위의 예는 필자도 아주 소싯적에 간접경험을 했었고, 주변에 있던 몇몇 친구들도 겪었던 바라 자세히 알고 있는 일이다. 뭐 그 나이 때엔 다 그렇지 뭐~하면서 스스로를 위안하지만 솔직히 쪽팔린 건 맞는 거다. 각설하고, 오늘 이야기할 주제처럼 누구나 다 이런 경험 한 번씩 있을 거다. 이해한다 충분히. 그 마음은 나도 아플 정도로 충분히 알지만 내가 하고픈 말은 "이 방법은 정말 쓸데없으니 제발 하지 마라"다. 왜냐고? 아무것도 남지 않고 에너지만 소진되고 그나마 괜찮아지려던 관계마저 틀어져버리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서 내 이미지만 X가 되는 것도 포함.


자, 이제 하나씩 풀어가보자. 왜 그(그녀)의 속마음 가상 시나리오가 안 좋은 건지. 우선, 주변 지인에게 나와 상대의 비밀이 만천하에 공개되어버린다. 그래도 풋풋하게 나의 소중한, 아직은 약간의 비밀스러운 이 관계의 끈이 즐겁기만 할 텐데 그런 소중한 추억이 될만한 일이 남들의 입에 술자리 안주로 씹히거나 그냥 소문이 와전되어 둘이 부부라며? 하는 오해의 폭탄을 양상 할 수 있는 충분한 원인제공을 가져다준다. 두 번째, 주변인들에게 나 스스로가 찌질이 혹은 정말 조급하고 답답한 녀석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준다. 내 심정은-나쁜 의미로- 용광로처럼 마구마구 타들어 가는데, 지인들은 겨우 그것 때문에? 아니면 자기들의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들로 마치 모범답안처럼 당신에게 조언을 해준다. 그나마 마음은 고맙다만 말도 안 되는 소설을 써가며 알려주는 게 문제라면 문제(차라리 서스펜스 로맨스 영화를 써라). 세 번째로 당신이 품은 그 사람에게 막대한 피해가 간다. 지금까지 그래도 내가 마음 좀 열어볼까 하고 지켜본 당신에 대한 시선이 뭐야 저 찌질이는. 내 인생에서 나가줄래? 하며 시원하게 당신을 걷어차던지, 당신과 속해있는 공동체에서도 과감하게 탈퇴를 선언할 것이다. 근거 없는 소문의 주인공뿐 아니라 '내가 왜 저런 인간이랑 엮여서 이런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라고 할게 분명하니까.


그만큼 가상 시나리오는 판도라의 상자처럼 건드리면 안 되는 행동이다. 조급해지고 궁금해 죽겠고 뭐라도 붙잡고 싶고 그 견디기 힘든 무언의 인내심 강요에 미쳐버리겠고.. 다 이해한다. 다 이해하는데, 그렇다고  당신과 그(그녀)의 소중한 관계를 굳이 스스로 난도질을 하고 싶은가? 설령 친구들과 시나리오를 밤새 썼는데 다행히 상대가 모른다 치자. 주변 친구들도 다 끈끈해서 서로 입막음해주고 무언의 응원해주면서 마음을 써줬다면 그거야 말로 최상이다(솔직히 그런 천군만마가 세상에 어딨는가!). 하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치밀하게 하더라도, 참 엉뚱한 포인트 내지는 생각지도 못한데서 돌발상황이 터지고 만다(예를 들어 자기 남친의 후배를 우연히 만나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는다던지 하는..). 무슨 전혀 생각 못한 곳에서 지뢰 밟은 것 마냥.


우리는 인간이다. 그것도 지극히 평범한. 그러니 내 주제를 알고 내 힘의 정도를 안다면 그냥 가만히 겸손하게 기다리는 게 가장 현명한 답이다. 무슨 슈퍼히어로도 아니고 독심술이나 초능력자처럼 텔레파시라도 할 기세로 무조건 알아낼 기세인가. 개망신 안 당하는 게 다행이지. 그 사람과의 관계가 더 나에게 소중하고 나 또한 그 사람에게 소중한 이가 되고 싶다면 그 사람에게 조급하고 벌벌 떠는 것보다는 여유를 갖고 충분히 기다려주고 너그럽게 이해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상대도 나를 좀 더 편하고 따듯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 또한 가장 확실한 해결법은 이거다. 상대의 진심을 알고 싶다면 다이렉트로 물어보는 거다. 확실하게. 주변인들에게 이럴까? 저럴까? 하지 말고, 그 상대에게 직접. 속마음을 물어보는 거다. 그리고 또 하나. 내가 가상 시나리오를 썼던 걸 상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느껴 보는 거다. 역지사지해서. 그러면 그때의 느꼈던 당신의 기분이 어느 정도 감지가 되면 두 번 다시는 그 짓을 안 하고 싶어 질 것이다. 확실하지 않은가?


사랑하기에도 우리네의 젊음은 그리 길지 않다. 사랑할 때엔 그 사랑 자체에 충분히 열정도 더하고 울어도 보고 아파보기도 해보고 여러 가질 경험해야 그것이 아름답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엔 핑크빛 사랑만이 존재해! 는 사실상 거짓말인걸 알아두자. 그렇게 모진 것도 겪어봐야 여유도 생기고 조급함도 없어지고 너그러움이 자리 잡는 것이니 말이다. 솔직하고 당당하게 나를 상대에게 표현하라. 비겁하게 뒤에서 알아낼 쓸데없는 첩보작전 따위는 버려버리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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