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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Jan 25. 2023

업무분장

권력의 힘

기업팀의 땡팀장이 결재 파일을 들고 분주히 움직인다.



(아니, 왜 우리한테 계이동 얘기가 없지?)



(모르겠어요. 하, 팀장님은 다음 주에 짐 옮기시면 되지, 뭘 오늘 가신대요. 차장님, 저 진짜 va 맡기 싫어요.ㅠㅠㅠ)



(알지, 알지. 다들 기피한다지만, 착대리는 정말 맡지마, 피비팀장이 착한 거 이용하려 들게 뻔해.)



- 고객님, 요청하신 거래내역 모두 출력했습니다. 더 필요하신 사항은 없으신가요?



- 저 그럼 혹시 2023년 달력 있나요?



- 아, 고객님. 한정된 수량이다 보니 연말에 모두 소진됐습니다. 죄송합니다.



고객이 가자마자, 땡팀장이 개인팀 쪽으로 걸어온다.



- 착대리! 어, 고객님 가셨나? 잠깐 회의실에서 나 좀 봐.



착대리가 벌떡 일어나 케이차장과 눈빛교환 후 땡팀장을 뒤따른다.



- 기업팀! 계이동 정해졌어요?



- 하.. 차장님.. 땡팀장이 저보고 A사 다 맡으래요.



- 하.. 그럼 착대리한테 va 시키려는 거네..



- 그쵸. 착대리 아니면 PB팀장 저 난리 치는 거 누가 받아줄 수 있겠어요.



- 하, 안 되겠다.



흥분한 케이차장은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다. 울고 있는 착대리를 보는 순간 같이 눈물이 난다.



- 아니, 둘이 왜 같이 울고 난리야. 대체 PB팀장이 어쩌길래 맡는 사람마다 이래. 울지 말고.



- 팀장님, 절대 착대리는 안됩니다. 팀장님을 믿어요. 꼭 막아주세요!



6개월마다 하는 계이동이 벌써 돌아오다니.



동료나 상사로서 소시오패스라 불리는 ‘그녀’를 피하는 게, 이번 계이동의 가장 큰 이슈이다.



- 아니, 저한테 모출납을 하라고요??



앞뒤 재지 않는 불대리는 당장 땡팀장한테 달려간다.

 


당황한 케이차장은 불대리를 다급하게 부르지만 들을 불대리가 아니다.



한 명 해결하고 뒤돌아서기도 전에 또 한 명.



도대체 왜 은행원들은 이동을 해야만 하나!!!



지점에서 본부로, 본부에서 지점으로, 지점 내에서도 또 6개월만에 계이동이라니, 지겹다.



고객님들.. 은행원들이 업무가 느리다고 서투르다고 많이 분통 터지셨죠.. 6개월마다 담당 업무가 바껴서 그래요.. 하물며 같은 업무 맡고 있는 중에도 규정이 시시때때로 바뀌기도 한답니다..



붙박이가 소원이다.



제발 하던 일 하게 두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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