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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Mar 16. 2023

은행어

지나친 존칭 vs 갑의 느낌

- 더 필요하신 업무 ‘있으실’까요? 혹시 문의사항 ‘있으시면’ 연락 주세요.



듣는 사람도 불편한 존칭.



말은 수년간 입에 붙어서 그렇다 치지만, 메시지를 보낼 때는 요샛말로 현실 자각 타임이 온다.



[문의사항 있으시면.. (지우고) 있으면.. (지우고)은]



그래, 문의사항이 있으시거나 문의사항 있으면 보다는 ‘문의사항은’이 낫다.



- 고객님 이거 말고 다른 통장도 있으세요?



- 네, 드릴게요.



하다못해 ‘계좌’나 ‘통장’도 ‘있으신’ 존재다.  



저렇게 높이지 않으면 고객이 기분 나쁘다고 했었나.



하대리는 선배들의 말투가 영 불편하다.



- 차장님은 존대 잘 안 쓰시더라고요.



- 어, 문의사항 있으시냐고? 하하. 나도 고민했었지.



박차장은 오히려 의아하다.



통장도 있으시고 문의사항도 있으신데, 하대도 있으니까.



- 안녕하십니까. 어서 오세요. 어느 ‘업체’에서 오셨어요?



- 000이요. 퇴직연금 서류 내러 왔어요.



- ‘종업원’들 서명한 서류 다 ‘징구’하셨어요?



- …



업체나 종업원이라는 말 없애자고 한 지, 십 년은 된 것 같은데 입에 붙은 말은 쉽게 못 바꾸나 보다.



2023년에 은행 말고 누가 고객한테 ‘징구한다’는 말을 쓸까.



포털사이트에 ‘징구’를 쓰면 ‘징구 뜻’이 따라 나온다.



- 대표님, 퇴직연금 가입하신 거 넣어서 금리특약 최고로 우대해 드렸어요.



- 아휴. 그럼 다 된 거죠? 차장님, 그래도 우리 직원 말이 하대리가 서류 잘 챙겨 보내서 한 번에 잘 썼대.



- 네, 직원분들이 다 사인 잘해서 내주셨더라고요. 혹시 다른 회사 것도 저희로 옮기실 거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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