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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Feb 24. 2023

착한 은행원

박애의 자세

- 보니까 차장님, 우리요.



- 응.



- 우리가 좀 착한 것 같아요.



- 네?



- 차장님은 누가 모르는 거 가르쳐 주면 어때요?



- 고맙죠.



- 근데 방금 오셨던 분 보셨죠? 신분증 안 가져 오면 통장신규 할 수 없다니까, 막 화내시잖아요. 댁에서 신분증 찍어서 통장신규하는 거 알려 드리니까, 막 더 화내고요.



- 그치. 나도 그런 고객 왔을 때, 너무 궁금한 적이 있어서 팀장님께 여쭤봤었거든요? 도대체 왜 그러는지.



- 오, 정말요?



- 응응. 근데 팀장님은 이해하시더라. 그런 사람들은 자기가 모른다는 거 자체가 화가 나는 거래요. 몰라서 화가 막 나는 거죠. 우리가 방법을 알려줘도 고맙다기 보단 왜 그렇게 해야 되는지 이해가 안되는 거예요.



- 전 이해할 수가 없어요. 모르면 미안해 해야지.



- 사실 나두 이해는 안돼.



은행 직원들은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 온 이상, 은행업무뿐 아니라 스마트폰 사용법 부터 길안내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 아이고. 너무 고맙다. 내가 이거 할 줄 몰라서 문자 맨날 돈냈거든. 카카오톡 하니까 진짜 좋네. 우리딸은 이런 거 가르쳐 주지도 않는데 은행원 언니야가 해주네.



- 저도 저희 엄마한테는 안 해드려요. 하하. 딸들이 다 그렇죠, 뭐. 하하.



- 저번에 내가 저 앞에서 자빠졌다고 그, 그, 뭐야, 지점장님이 차 불러줘가지고 병원도 갔잖아. 억수로 고맙드라고. 은행원들 다 좋은 사람이야.



- 저희가 생각해도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아요. 헤헤.



은행원들 믿으니까 통장도 보여주고 카드내역도 보여주고, 대출 해달라고 소득서류며 집문서인 권리증까지 맡기지 않는가.



가장 신기할 때는 스무군데도 넘게 이름 사인 쓰면서 내용은 설명도 말라는 맹목적 믿음의 고객들.



- 설명 안해줘도 돼요. 다 필요하니까 쓰라고 하겠지.



- 그랬다간 큰일나요. 고객님. 여기 읽어보세요. 이건 통장 빌려주거나 다른 사람 주면 안된다는 내용이고요. 두번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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