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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Mar 20. 2023

돈의 유혹

횡령 사건

- 500원짜리 필요하신 분? 저랑 나눠요.



- 저 좀 주세요.



- 차장님 그럼 7천 원, 14개 드리고. 여기요. 하대리님도? 오케이. 14개.



- 7천 원씩 잘 땡깁시다. 하하.



- 하하하. 그니깐요. 동전만 움직이면 시재 안 맞더라고요. 바보들. 하하.



500원짜리 묶음 한 개에 500원짜리 40개가 묶여있어서 한 개를 트면 주화통이 꽉 차고 무거워진다.



그럴 땐 사이좋게 옆직원들과 나눠 갖는 게 효율적.



연일 뉴스에 은행원들의 횡령 사고가 나오니 우리도 신경이 쓰인다.



- 7천 원만 잘못 땡겨도 어떡하나 싶은데 몇 억을 횡령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발 뻗고 잘 까요. 잠이 오나. 허, 참.



- 주변 직원들이 몰랐다는 게 더 이해가 안 돼. 그 정도면 티가 났을 것 같은데.



- 이번에 터진 그 지점, 엄청 바쁜 데래요. 책임자 비번까지 그냥 책상에 떡하니 써놓고요.



- 책임자가 점심식사 갔을 때, 그 직원이 책임자 비밀번호 눌러서 취소하고, 다른 계좌로 입금해서 쓰고 그랬나 봐요.



- 진짜 간 크다. 그런 거 막으려면 상시감사팀 인원 늘려야겠네. 취소한 거래들 정당한 거래인지 보려면 말이야.



- 취소한 전표만 제대로 봤어도 그럴 일 없었을 텐데. 아마 그것도 못 볼 정도로 바쁘겠죠.



- 나도 앞으로 취소 전표 결재 열심히 하겠음!



- 차장님, 우린 취소하지도 않아요. 하하.



- 그건 그래. 하대리 동전만 잘 땡기면 됨. 하하. 칠천 원도 안 땡기면 횡령이다.



이 은행, 저 은행, 횡령사건이 늘고 있다.



고객의 돈을 마치 자신의 것인 양.



지금 이 순간에도 그런 잘못된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다시 생각해 보기를.



누군가 결재를 하고, 몇 개월이 지난 일도 다시 검사하며, 몇 년이 지난 업무도 또 감사한다.



은행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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