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인을 받는 이유
(차장님, 승인 올릴 분이 없어요. 땡팀장님께 올려도 될까요?)
(그래요, 내가 말씀드릴게.)
- 팀장님, 지금 다 외근 가셔서요, 저희 팀원들 승인 좀 올려도 될까요?
- 아, 그래요? 하는 수 없지. 올려요.
- 네, 감사합니다.
(싫어하는 눈치이긴 하지만, 해주신댔으니 다 올려요.)
(감사합니다!)
- 출금하는 게 왜 이렇게 오래 걸려요? 더 기다려야 해요?
-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요청하신 업무 처리하려면 승인이 필요해서요. 지금 다른 팀에 부탁드려서 처리하고 있어요.
- 은행에서는 자기 통장에서 출금할 때도 승인이 필요해요?
- 네, 고객님. 금액이 크거나, 지금처럼 통장 없이 거래를 원하시면 승인을 받아야 해요.
- 요즘 다 통장 안 가지고 다니지 않아요?
- 네, 그렇죠. 그래도 사고예방을 위해서 승인은 다 받아야 거래할 수 있어요. 고객동의 없이 은행직원이 출금하면 안 되잖아요.
- 그럼 승인자가 다 책임져야 해요?
- 그래서 승인 체계가 좀 세분화 돼 있어요. 금액별, 매체별 등등. 어떤 건 제 전결이고, 어떤 업무는 책임자 승인, 또 복수책임자 승인이거나 부지점장님 승인도 있고, 그 위로도..
- 와, 나중에 결재받는 것도 아니고, 업무 하면서 승인받을 게 그렇게 많으면 진짜 힘들겠어요.
- 하하. 그렇게는 생각 못 해봤어요. 근데 은행원들은 거래 끝나고 나서도 결재받아야 해요. 요 전표 한 장이라도 없어지면 난리 나요.
- 저도 은행에서 전화받는 친구 봤어요. 밤늦게 전화 오더라고요. 천 엔짜리 줘야 하는데 만 엔짜리로 엔화 잘못 줬다고요. 은행원이 잘못 줄 거라고 생각도 못 했어요.
- 기계가 하면 그런 실수 없을 텐데 말이죠. 여기 현금과 거래내역 출력본이에요. 오래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 으, 실수해도 직원분이 해주시는 게 좋아요. 키오스크들 싫더라고요.
- 기계가 대체할 날이 머지않은 것 같아요. 그땐 승인받는 것도 없겠죠. 사람이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