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초년생의 자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혼자 쓸쓸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을 애도하며.
그녀는 이제 교사 2년 차로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녀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녀가 생전에 학부모에게 쓴 손편지나 동료교사들의 세평을 볼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약간은 짐작이 된다.
내가 그녀의 나이일 때, 나는 신입행원이라고 불렸다.
생선 비닐봉지를 던지는 고객도 있었고, 그냥 내 외모가 싫어서 민원글을 접수한 고객도 있었고, 억지를 부리며 현금보상을 받아간 고객도 있었다.
매일 과중한 업무에 잠도 못 자고, 술자리에서도 지점에서도 온종일 비위 맞추느라 혼자 있는 시간에는 울기만 했다.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기분을 매일 같이 버텨내려고 애썼다..
그러다 그냥 다 놓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일기에서 같은 문구를 읽었다.
다 놓고 쉬고 싶다는.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이제 그저 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악성 민원인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생각한다.
그래서 은행원에게 욕하고 소리를 지르고, 혹은 금감원에 민원을 넣고 은행 본점에 항의를 한다.
더 큰 상처를 주기 위해서.
쟤 좀 보라고!
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나 있다고!
어떻게든 ‘을’의 자세로 선물 가져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그래, 그렇게 해 봐. 당신은 이제 블랙리스트야. 만 명 넘는 우리 직원들이 모두 공유해.
하지만 학부모는?
악성학부모? 분명 존재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다, 다 알게 됐는데.
악성학부모가 존재한다고.
학부모는 그녀한테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당신 집에서 키우고 있는 자식을 훈육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고인이 되신 선생님 앞에 아이를 데려가서 엄마가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지금이라도 아이를 바르게 좀 키웁시다. 제발!
사회선배로서, 두 초등아이의 엄마로서,
그녀에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부디 좋은 곳에서 이제는 아주, 아주 편안하시기를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