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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Jul 26. 2023

동질감

사회초년생의 자살

슬프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혼자 쓸쓸하게, 스스로 생을 마감한 선생님을 애도하며.



그녀는 이제 교사 2년 차로 사회초년생이었다.



그녀와 일면식도 없지만,



그녀가 생전에 학부모에게 쓴 손편지나 동료교사들의 세평을 볼 때 어떤 사람이었는지 약간은 짐작이 된다.



내가 그녀의 나이일 때, 나는 신입행원이라고 불렸다.



생선 비닐봉지를 던지는 고객도 있었고, 그냥 내 외모가 싫어서 민원글을 접수한 고객도 있었고, 억지를 부리며 현금보상을 받아간 고객도 있었다.



매일 과중한 업무에 잠도 못 자고, 술자리에서도 지점에서도 온종일 비위 맞추느라 혼자 있는 시간에는 울기만 했다.



온몸이 불에 타는 듯한 기분을 매일 같이 버텨내려고 애썼다..



그러다 그냥 다 놓고 싶다,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일기에서 같은 문구를 읽었다.



다 놓고 쉬고 싶다는.



억울하거나 화가 나는 게 아니라, 이제 그저 다 놓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악성 민원인들은 그들이 하는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큰 상처가 될지 생각한다.



그래서 은행원에게 욕하고 소리를 지르고, 혹은 금감원에 민원을 넣고 은행 본점에 항의를 한다.



더 큰 상처를 주기 위해서.



쟤 좀 보라고!



쟤 때문에 내가 이렇게 화가 나 있다고!



어떻게든 ‘을’의 자세로 선물 가져와서 무릎 꿇고 사과하라고!



그래, 그렇게 해 봐. 당신은 이제 블랙리스트야. 만 명 넘는 우리 직원들이 모두 공유해.





하지만 학부모는?



악성학부모? 분명 존재하는데.



우리가 이렇게 다, 다 알게 됐는데.



악성학부모가 존재한다고.



학부모는 그녀한테 윽박지를 것이 아니라,

당신 집에서 키우고 있는 자식을 훈육해야 했다.



지금이라도 고인이 되신 선생님 앞에 아이를 데려가서 엄마가 무릎 꿇고 사과하기를.



지금이라도 아이를 바르게 좀 키웁시다. 제발!








사회선배로서, 두 초등아이의 엄마로서,

그녀에게 사과합니다.

그리고 부디 좋은 곳에서 이제는 아주, 아주 편안하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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