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냉소
- 대리님 폰은 옆에서 안 보이네?
- 아, 이거 일부러 붙였어요. 지하철 같은 데서 자꾸 사람들이 제 거 보는 거 싫어서요.
- 매너가 없어.
- 그니까요. 저 너무 화나서 뭐 보다가, 메모장 열어서 뭘 봐! 이러고 썼잖아요.
지하철 안에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이런 사람, 저런 사람 만난다.
그 안에서 이동하는 사람들도 많다. 최단 거리의 환승을 위해서 달리는 열차 안에서도 걷는다.
그러다 다른 사람의 발을 밟기도 하고 등 뒤를 툭툭 치기도 한다.
당한 사람은 인상을 찌푸리기도, 실수한 사람은 사과를 하기도 한다.
작년에 복직하면서 발견한 ‘요새 지하철’에 달라진 점이 있는데, 사과 대신 맞닥드린 ‘냉소’가 그것이다.
납작한 내 발도, 가방에 맞은 내 등도 사과를 못 받았다. 대신 돌아오는 냉소.
지각해서 에스컬레이터를 오르던 중에 뒤에 따라오던 여자가 나에게 넘어졌다.
- 아! 아..
- 어머 괜찮으세요?
- 아, 네네. 제가 넘어질 뻔해서요.
- 안 잡아드려도 돼요?
- 네네. 감사합니다.
그때 또 만난 ‘냉소’. 옆에 서 있던 남자의 그 냉소.
여자가 넘어지면서 나를 잡았고, 손에 들렸던 우산이 그 남자 쪽으로 넘어진 모양.
그 냉소, 그 분위기는 참..
옆에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일으켜 주고 우산을 주워줄, 그 정도 마음의 여유조차 없는 차가운 표정.
부끄러운 듯 서둘러 뛰어가는 그 여성 뒤로 또 한 번 옷을 툭툭 터는 그가 보였다.
은행에서 셔터가 올라가면 더 반갑고 더 크게 인사하기로 해야지, 열심히 걷는다.
시중은행의 퇴직금 뉴스를 보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들고, 나보다 공부 못 하던 친구가 돈 많이 주는 대기업을 선택해서 연봉이 두 배가 되고, 열심히 서비스해 봐야 나한테 이득 될 거 하나 없다고 그렇게 그렇게 생각이 이어지다가도,
그래도 여유를 가져본다.
남의 발을 밟으면 사과하고, 등을 치면 또 사과하고, 넘어진 사람이 있으면 괜찮냐고 물어봐 주고 우산을 주워주는 사람으로.
그렇게 살아야지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