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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끼리 날개달기 Oct 20. 2023

고객의 소리

칭찬의 여운

- 제가 통장 개설이 안 되는 건 알고 왔는데요. 혹시라도 방법이 있을까 해서 왔어요.



- 네, 고객님. 신분증 가져오셨나요? 혹시 어떤 사유로 발급이 안되셨을까요?



- 제가 이미 다른 데서 통장을 몇 개 만들었더니, 단기간에 여러 개는 못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 제가 한번 확인해 보겠습니다. 혹시 현재 직장인이시거나 사업자를 내셨나요?



- 아니요, 여기 거래 완전 처음이고요. 취업이 안 돼서 대출받으려고 통장 만드는 거거든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듯 보이는 앳된 얼굴의 고객이다.



안타깝지만 단기간 다수계좌를 만드는데, 그 목적이 대출이라고 하니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 그 보증서는 혹시 언제까지 대출실행이 가능한가요?



- 10월 30일이요.



- 아, 그럼 다행히 시간은 있네요. 고객님 정보가 아예 없어서 단기간 다수 계좌가 맞는지 확인을 못 해 보는데요. 혹시 정보 다 입력하시고 제가 가능한 날짜를 조회해 봐 드릴까요?



- 아니에요, 제가 20 영업일 세어 봤어요. 안 되는 날짜 맞더라고요.



- 그럼 정말 죄송하지만, 현재는 개설이 안되고 그 날짜에 오셔야 합니다. 통장 만드는 절차가 참 까다롭죠.



그렇게 안타까운 고객을 보내고 난, 늦은 오후.



칭찬글이 올라왔다.



안 되는 걸 알고 방문한 건데 알아봐 주셔서 감사했다고.



칭찬글 받고 보니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 그 고객이 사기나 대포통장, 혹은 보이스피싱과 전혀 연관 없다면,


아니, 아주 그런 쪽과는 연관이 없어 보여서 미안했다.



소수의 나쁜 사람들 때문에 다수의 선량한 사람들이 불편을 겪고 피해를 입는다.



그래도 통장을 만들어 줄 수가 없다.



고객이 돈을 잃고 나면, 엎지른 물 주워 담을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가 없다.



일단은 원천 차단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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