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함을 가르치는 겸손함
‘솔직함을 가장한 무례함’ 이라든지, ‘현명한 사냥꾼은 사냥감의 수를 실제보다 줄여 표현’한다는 부분 등은 그래도 작가의 의견이라 할 만했다.
물론 그조차도 많이 들어온 얘기고, 꼭지마다 유명 사상가 등의 발언을 볼드체로 넣어 신선함은 없었다.
하지만 ‘화려한 공작새가 가진 깃털의 약점이 숨은 탁월함’을 뜻한다거나, 겸손과 지혜를 동일 시 하는 부분에서는 이거 더 읽어야 하나 시간낭비인가 고민하게 만들었다.
심산이 뒤틀린 내 탓이라 생각하고 참아가며 정독을 마친 지금, 이 책에 대해 할 말은 하나뿐이다.
겸손하라면서, 겸손이 현명한 태도라면서, 왜 작가는 이 책을 냈을까?
이 책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아이러니가 있다.
어린 자녀에게 겸손을 가르칠 만한 글을 책으로 출판한다는 것은 겸손하지 않은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상대가 아이들이라 한들 겸손을 가르칠 수 있을까? 그 생각조차도 경솔하다.
단, 겸손하지 않은 사람들-직장상사, 후배, 자녀, 지하철 옆자리 쩍벌남 등-에게 많이 지쳐 있는 누군가가 있다면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지하철에서 옆사람을 배려해서 다리를 오므리는 당신은 옳게 살고 있는 거라고 말해 주는 책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