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9호
무제
이 상 화
오늘 이 길을 밟기까지는
아 그때가 가장 괴롭도다
아직도 남은 애달픔이 있으려니
그를 생각는 오늘이 쓰리고 아프다
헛웃음 속에 세상이 잊어지고
끄을리는 데 사람이 산다면
검아 나의 신령을 돌멩이로 만들어 다고
제 사리의 길은 제 찾으려는 그를 죽여 다고
참웃음의 나라를 못 밟을 나이라면
차라리 속 모르는 죽음에 빠지련다
아 멍들고 이울어진 이 몸은 묻고
쓰린 이 아픔만 품 깊이 안고 죽으련다
우리는 어디론가 누구에게론가 이어지고 싶어서 이렇게 사는 건지도 모른다
얼굴도 본 적 없는 사이버 스페이스의 아무와도 그러하고
길을 걷다가 처음 발에 채이는 돌멩이와도 그러하고
차마 마주쳤다고도 말하기 민망한 바람과도 그러하고
손에 만져진 후 연기처럼 사라진 물살과도 그러하고
그래서 시도 때도 없이 쓰리고 먹먹하고 눈물이 흐르고 길을 잃는가 보다
이어지는 것은 나의 촉수가 늘어져서 허공에 리좀이 되어서 번지고 엉퀴다가 비슷한 감성에 닿아서 뿌리를 내리는 것이어서
바뀌려는 다짐이고 다시 태어나려는 욕구다
날마다 단락되는 수모와 절망이 더 익숙하지만
(무선이 무수한 세상인지라 이어져도 이어진 줄 모르고 기어이 잇겠다고 발버둥치고 있다)
밤이 되면 반려견의 꼬리를 내 꼬리뼈에 양면테이프로 붙이고 '연결의 성공'을 자축한다
이으려고 할 때의 언어와 이어지는 순간의 언어는 사뭇 달라서 늘 조심스럽다
접착과 접속은 다르지만
잇다와 잊다는 긴밀하다
하루와 하루 사이는 1의 등차수열로 겨우 연약하게 이어지니까 더 깊이 살아내려고 0~무한대를 꿈꾼다
잘 이은 곳에는 제목을 달수도 없고 붙일 수도 없으니 그것은 죄가 아니다
무제는 무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