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 18호
종이 인형들의 세계
하 재 연
드레스들이 하루에 몇 번씩이나 찢어지는 건
약간 슬픈 일.
머리를 둥근 컬로 말아 올리면
조금 안정이 된다.
오늘은 놀아주는 사람1과
놀아주는 사람2가 왔다 간다.
매일처럼 조금 나쁜 일과 덜 나쁜 일과
놀란 만한 일이 있을 뿐이지만
어떤 날은 다만
쳐다보는 자의 표정을 할 수 있는 거다.
눈화장이 잘 되는 날은 그렇게
기분이 좋다.
잠을 자고 일어나면
또 식탁이 놓여 있고 드레스들이 걸려 있고
욕조가 빛나고 물고기들이 춤을 춘다.
아무 걸로나 골라서 요리를 할 수 있다.
목욕을 하고 손을 모으고 속눈썹을 내리고
아무 때나 잠이 들 수 있다.
친근하고 하찮은 것들을 노래하자
추리닝을 입고 짐승 털이 들어간 외투를 걸치고 집에서부터 지하철로 7개 역을 지나 어느 멀티플렉스 영화관으로 간다 거기에는 랭보가 노래를 했다면 그와 같았을 것 같은 가사에 곡을 붙여 수줍게 한 남자가 친구에게 불러주고 있다 베니스 해변 여름의 햇살은 눈부시게 도발적이다
Let's swim to the moon, uh huh
Let's climb through the tide
Penetrate the evenin' that the
City sleeps to hide*
그날로부터 채 6년도 찬란하지 못했던 그의 삶은 어느 여름날 욕조에서 사소한 말 한마디를 남기고 생을 마감한다
...are you still there?
나를 부르지는 않았으나 나는 여전히 여기에 있다
영화를 만들고 노래를 부르고 기행을 했으나 끝내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었었던 록 그룹 도어즈의 리드 싱어 짐 모리슨
나의 하루에 불을 붙여주는 것들은 이처럼 친근하고 하찮은 것들이다
*Moonlight Driv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