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65
땅거미가 질 무렵
아말피 해안가를 정확히 자전거를 달리는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지
허리춤 오는 난관 아래로 바다가 흐느끼고 굽이지는 길 가 언덕으로 불규칙하게 자란 하얀 건물들이 산에 기대고 있었고
우승컵 같이 생긴 가로등은 나른한 빛마저 음악이 되고 거리의 사람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재현하고 있었고
우듬지마다 평상처럼 옆으로 퍼진 나무들은 어서 오라 손짓을 하는데
내 양쪽 귀에서는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흐르네
이보다 이딸리아스러운 순간이 있을까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처음 들었네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버렸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네
아찔함을 앗아갈까
2월은 낯설고도 오래된 달
지난해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미래를 향한 본격적인 시작인 달
엉거주춤한 지점
앞을 보면서 흘낏흘낏 뒤를 돌아보게 되는 달
말끔히 정리했다 생각했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이 있지 않을까 마음이 쓰이는 달
건너가기 위한 교량같은 달
이제는 주저해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어서는 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