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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은 짧아

0965

by 이숲오 eSOOPo Feb 01. 2025
아래로

땅거미가 질 무렵


아말피 해안가를 정확히 자전거를 달리는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지


허리춤 오는 난관 아래로 바다가 흐느끼고 굽이지는 길 가 언덕으로 불규칙하게 자란 하얀 건물들이 산에 기대고 있었고


우승컵 같이 생긴 가로등은 나른한 빛마저 음악이 되고 거리의 사람들은 영화의 한 장면을 자연스럽게 재현하고 있었고


우듬지마다 평상처럼 옆으로 퍼진 나무들은 어서 오라 손짓을 하는데


내 양쪽 귀에서는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흐르네


이보다 이딸리아스러운 순간이 있을까


심장이 터지는 소리를 처음 들었네


아름다움에 눈이 멀어버렸네


뒤를 돌아볼 수 없었네


아찔함을 앗아갈까 


2월은 낯설고도 오래된 달


지난해의 여운이 여전히 남아 있고 미래를 향한 본격적인 시작인 달


엉거주춤한 지점


앞을 보면서 흘낏흘낏 뒤를 돌아보게 되는 달


말끔히 정리했다 생각했는데 무언가 두고 온 것이 있지 않을까 마음이 쓰이는 달


건너가기 위한 교량같은 달


이제는 주저해서는 안되겠다고 마음을 먹고 일어서는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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