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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말 없는 인간보다 쓸 글 없는 인간으로 사는 게 더 두렵다
이불을 단정하게 개고 드러난 침대 위가 도화지다
창 너머로 전신주에 파도의 포말이 음표처럼 걸려 있다
주목받지 않는 삶으로 생을 사는 것도 축복이구나
다른 사람들이 나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것
나는 그것으로 살아간다 페터 한트케가 거든다
성공 히트 승리 합격
이 반짝이는 누추함을 왜 그토록 추종했던가
가질수록 목이 타는
오를수록 목이 위태로운
다 잃으면서도 다 가진 줄로 착각하는 어리석은 날
내 안의 소중한 것들을 모두 소진하고 난 후에서야 비로소 땅을 치는
나의 트랙은 이제 지울게요
더이상 말굽을 다칠까 안절부절 안 하리라
더 넓은 길은 나의 등 뒤에 있으며
더 깊은 강은 내가 눈 감을 때 보인다
이미 노출된 카드는 매력을 잃은지 오래
방법을 가진 것들은 사랑할 대상이 아니다
모두가 끌어 안는다면 그건 추방될 첫번째 주인공
놀랍게도 자유가 드문 세상을 살고 있다
배제와 선별의 힘이 자유를 획득할 기초체력이 될 것이다